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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속개된 남자부 7일째 준결승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25-16 25-22 19-25 25-23)로 승리했다. 2014년 김종민 감독이 지휘하던 대한항공은 안산 KOVO컵에서 강만수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를 꺾고 우승했다. 당시 대회 MVP는 신영수였다.
베스트멤버가 모두 출전하고 외국인선수까지 건재했던 대한항공의 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토종선수들만의 우리카드도 잘 버텼다. 대한항공은 1,2세트를 쉽게 따냈다. 유럽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팀에 복귀한 비예나~곽승석~정지석~임동혁 등 대표선수들의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의 플레이는 화려했다. 세터 한선수의 빠른 연결과 여기저기서 터지는 공격, 탄탄한 리시브와 강한 서브에 외국인선수가 빠진 우리카드는 힘들어했다.
3세트부터 갑작스럽게 대한항공의 리듬이 나빠졌다. 4세트도 우리카드가 17-10으로 앞서갔다. 풀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지는 듯 했다. 박기원 감독도 5세트를 대비해 주전세터 한선수와 비예나 곽승석을 불러들였다. 유광우~손현종~임동혁을 출전시키는 플랜B로 나가자 극적이 반전이 일어났다. 달아날 기회를 우리카드가 범실로 살려주면서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유광우가 안정된 분배로 차곡차곡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냈다. 정지석은 상대 리시버가 수비한 공이 천장을 때리는 강력한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는 등 중요한 득점을 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경기를 뒤집고 끝냈다. 박기원 감독은 “피곤한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이 되자 숨겨뒀던 손톱 발톱을 다 꺼내서 이겼다. 역시 우리 선수들은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반면 막판에 주저앉은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4세트 7점차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했고 리듬이 깨졌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의 맥을 잘 잡아내지 못한다. 대한항공 선수들과 구력에서 다른 점이다. 이 것이 고수와 하수의 차이”라면서 결과를 아쉽게 받아들였다.
두 번째 경기는 토종선수끼리 대결을 펼친 끝에 OK저축은행이 세트스코어 3-2(25-22 25-17 19-25 16-25 15-11)로 KB손해보험에 이겼다. B조 예선에서 3연승을 내달린 KB손해보험은 첫 패배를 기록하며 2년 연속 KOVO컵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석진욱 감독은 전날 감기에 걸린 외국인선수 레오를 선발로 출전시켰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조재성으로 즉시 교체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토종끼리 자존심 대결이 됐다. 1~2세트 새 감독과 함께 탄탄하게 마음을 맞춰온 OK저축은행의 기세가 강했다. 일산 킨텍스에서 벌어진 회사창립 20주년 행사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꼭 이겨서 잔치를 축하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이민규의 빠른 토스에 KB손해보험의 블로킹이 따라가지 못했다. 송명근 조재성의 좌우 쌍포가 높은 공격 성공률을 자랑하며 점수를 쌓아갔다. KB손해보험은 전날 한국전력 경기에서 멋진 기량을 보여줬던 한국민이 고전했다. 김정호 김정환의 왼쪽만으로 힘 대결을 벌이기에는 벅찼다. 3~4세트 KB손해보험이 반격했다. ‘모 아니면 도’식의 강한 서브공격이 통했다. 세터 황택의가 잠잠하던 한국민을 살려냈다. 정동근도 날개 공격의 한 축을 잘 담당했다. OK저축은행은 이민규가 흔들리자 잘 풀리던 공격이 막혔다. 곽명우가 대신 투입됐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베스트 멤버끼리 총력전을 벌인 5세트. 초반 OK저축은행이 이민규와 송명근의 블로킹으로 기선을 잡은 뒤 9-5에서 송명근의 서브에이스가 결정타였다. 송명근은 14-11에서 끝내기 퀵오픈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세터 황택의의 교체타이밍을 놓친 감독의 미스였다. 일찍 황택의를 넣었더라면 경기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밖에서는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시즌을 앞둔 소득”이라고 했다.
처음 사령탑을 맡아 첫 KOVO컵 우승에 도전하는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은 “1~2세트 상대의 서브가 범실을 하지 않으려고 약하게 오면서 우리 플레이가 쉬웠다. 3~4세트는 상대가 강하게 서브를 때리면서 고전했다. 레오는 열이 있고 상태도 좋지 못해 일찍 빼서 쉬게 했다. 결승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잘하는 선수를 투입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 대한항공은 서브가 강해서 고전할 것으로 본다. 비시즌 동안 선수들과 수비와 연결 훈련을 많이 했다. 수비를 잘하면 이길 수 있다. 예전에도 우리 팀은 범실로 스스로 흐름을 내주고 진 경기가 많았다. 지금은 선수들이 수비를 잘해서 점수 내는 것을 즐긴다. 그 것이 달라진 점이다”고 했다.
순천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