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2019~2020시즌 V리그 프리뷰⑥ 대한항공

입력 2019-10-07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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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배구단. 사진제공|대한항공 배구단

대한항공은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3위로 봄 배구에 도전했던 2017~2018시즌이었다. 지난 시즌은 디펜딩챔피언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다. 당연히 이번 시즌 목표도 첫 통합우승이다. 누가 뭐래도 정상권의 탄탄한 전력이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은 V리그와 한국배구에 새로운 길을 보여줄 시도를 많이 한다. 첫 번째는 역대 최단신 외국인선수 선발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의 비예나는 신장이 194㎝다. 배구는 키가 커야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특히 승패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선수는 토종선수들보다 키가 커야 한다는 것이 V리그의 상식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이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

구슬 뽑기 후순위였던 대한항공은 단신이지만 탁월한 배구기량과 스피드, 열심히 하려는 비예나의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다른 팀에 가면 10점대 선수다. 우리 팀에서 한선수와 호흡을 맞추면 20점은 할 것”이라고 감독은 봤다. 곽승석~정지석의 안정적인 리시브와 세터 한선수의 빠른 연결능력이라면 키가 크지 않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대한항공 비예나. 사진제공|대한항공 배구단


비예나는 국가대표팀 차출 일정 탓에 한선수~곽승석~정지석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 단 이틀만 맞춰보고 출전했던 순천 KOVO컵에서 보여준 결과는 대단했다. 팀에 우승을 안겼고 자신은 MVP가 됐다. 만족스러웠다. 정확한 서브와 블로킹, 빠른 공격과 배구기술, 빼어난 운동센스가 빛났다.

감독은 비예나에게 많은 믿음을 줬다. 훈련태도와 팀에 적응하려는 모습은 만족스럽다. 훈련시작 30분 전에 숙소에서 미리 몸을 만드는 준비과정,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려고 하는 점, V리그와 대한항공의 팀 문화를 존중하려는 노력 등이 역대로 성공했던 외국인선수의 자세다.

정지석은 “KOVO컵에서 배구하는 것을 처음 봤다. 임동혁이 배구도사라고 했다. 공을 때릴 줄 안다. 우리 팀의 컬러와 맞다”고 실력을 인정했다. 만일 대한항공이 비예나와 이번 시즌 3개의 우승을 모두 차지한다면 다른 팀들도 배구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꼭 높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

대한항공 한선수-정지석-곽승석(왼쪽부터). 사진제공|대한항공 배구단


● 선수영입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FA와 선수영입 전쟁의 승자였다. FA선수 정지석~곽승석~황승빈~진성태를 모두 잡았다. 은퇴 이후까지 걱정하고 안정된 길을 찾아주려는 구단의 인간적인 배려를 선수들이 잘 받아들였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보장해주는 박기원 감독의 존재도,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했던 구단의 정책도 효과를 봤다. 2018~2019시즌 MVP 정지석도 일찍 잔류를 선언했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팀의 장점이던 리시브 라인이 변하지 않았다.

주전세터와 벌써 5년 이상 손발을 맞춰왔다. 귀중한 시간이 만들어준 조직력은 어느 팀보다도 탄탄하다. 톱니바퀴가 연상된다. 여기에 보상선수가 없어 더욱 많은 구단이 탐을 냈던 손현종도 KB손해보험에서 데려왔다. 그의 가세로 기존의 장점에 파괴력과 높이를 추가했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에서 세터 유광우도 데려왔다. 황승빈의 군 입대로 가동할 세터는 사실상 한선수 뿐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비시즌 동안 젊은 세터들에게 기회를 줬지만 성장속도가 느렸다. 세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년 1월 한선수~정지석~곽승석 등이 국가대표팀으로 차출되는 기간 동안의 팀 운영을 생각한다면 보강이 절실했다. 고민 끝에 최고의 해법을 찾아냈다. 한국최고의 세터 2명을 가졌다. 새로운 조합은 여러 면에서 편리했다. 긴 시즌 동안 한선수의 체력안배가 쉬워졌다. 2명 세터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플레이도 가능해졌다. 박기원 감독은 “한선수가 코트에서 경기를 이끌어갈 때 누구보다 머리 회전을 많이 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도 상당할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대신해서 들어가 쉬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순천 KOVO컵에서 감독은 한선수와 유광우의 조화로운 사용법을 보여줬다. 디그 능력이 좋은 유광우가 후위에 있을 때 팀은 훨씬 단단해졌다. 단신의 비예나가 후위에 가면 기대주 임동혁을 투입해 백어택의 성공률을 높이는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정지석은 “다른 팀으로 볼 때는 유광우 형이 높은 공만 잘 올려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실제로 우리 팀에 와서 해보니 빠른 연결과 속공을 더 잘한다. 공격하기 편하게 잘 도와줘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대한항공 배구단


●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시즌의 결과는

빛이 밝으면 그늘도 깊다. 모든 팀이 원하는 선수를 데리고 있다보니 샐러리캡이 문제가 됐다.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엔트리 축소 외에는 답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신인선수를 제외하고 고작 13명의 선수로 36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혹시라도 부상자가 나오면 다른 팀 보다는 충격이 클 위험한 구조다. 각각 3명의 윙 공격수와 미들블로커, 세터로 6개월 이상을 버터야 한다. 김규민은 내년 1월 군에 입대한다.

정지석~곽승석~손현종 3명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아직 손현종은 팀의 배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플랜B로 임동혁도 리시브에 참가하며 만일을 대비해왔다. 12월에는 김성민이 전역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김규민이 빠지면 자유계약신분 조재영이나 신인 알렉스를 추가로 등록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소수정예 엔트리가 성공하면 V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엔트리 축소는 참신한 역발상이다. 1군 엔트리는 줄이면서 2군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물론 18명씩 선수를 보유한 다른 팀보다는 활용할 폭이 적다.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선수들의 체력부담과 예상 못한 부상을 시즌 내내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똑똑한 선수 13명으로 우승을 하면 이 또한 새로운 성공사례다.

박기원 감독은 “지금 대표선수들이 쌓인 피로도 회복해야 하고 시즌 준비를 위한 체력도 만들어야 해 고민이 많다. 트레이닝파트와 기술파트의 코치들이 각자 제 역할을 하며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대한항공의 시즌 키워드는 변화와 시도 그리고 부상방지다. 다만 최근 3시즌을 성공적으로 날아왔기에 이번 시즌에도 무사히 챔피언결정까지 안착할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첫 기착지인 순천 KOVO컵에는 우승을 했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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