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반지원정대 다우디 영입 막전막후 스토리

입력 2019-11-12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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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마침내 통합우승을 위한 절대반지를 손에 넣고 돌아왔다.

대체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려고 유럽으로 떠났던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 등 반지원정대가 11일 귀국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터키리그에서 뛰는 다우디 오켈로(25)와의 입단계약을 완료했다. 최태웅 감독은 12일 천안에서 벌어지는 KB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줬다.


● 다우디는 언제 한국에 오나

최태웅 감독은 “2~3일 안으로 이적 수속이 마무리되고 빨리 비행기를 타면 22일에는 다우디가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본다. 새로운 선수가 팀에 합류하기까지 3경기를 버텨야 하는데 지금은 그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OPP포지션의 다우디가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하면 팀의 포매이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문성민이 8일 한국전력 경기도중 발목부상을 당해 전치 4주의 진단이 나온 가운데 박주형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에 이어 15일 우리카드~21일 삼성화재와의 클래식매치를 한다. 여기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리그우승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5위 현대캐피탈은 승점8(3승4패)로 선두 대한항공에 9점차다.

현재 터키리그 득점 선두 다우디는 삼고초려 끝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혔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소속팀 플레브네스포르에서 보내주는 절차만 남았다. 플레브네스포르 이사회가 이적을 승인해야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된다. 6명 이사회 구성원의 사인을 모두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캐피탈은 우선 필요한 모든 서류를 준비해놓고 ITC가 발급됐다는 연락이 오면 즉시 취업비자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간다 국적의 다우디는 국내에 먼저 입국해서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다. 국외에서 취업비자를 받고난 뒤에야 입국이 허용된다. 이 행정절차가 잘 끝나면 2라운드 중반 이후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볼 수 있다. 부상선수가 속출하는 이번 시즌 유난히 V리그의 러브 콜을 많이 받았던 다우디를 데려오기까지 많은 스토리가 숨어 있다.

사진제공ㅣ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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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투지, 안 되면 만나서 해결 한다

김성우 사무국장과 진순기 전력분석관 등은 유럽에서 머무는 보름여 동안 다우디와 소속팀을 여러 차례 만났다. 플레브네스포르는 “왜 우리 멀쩡히 잘 뛰는 선수를 V리그가 흔드느냐”며 불쾌한 반응도 보였다. 이 전에도 그를 접촉했던 몇몇 V리그 구단이 있었다. 워낙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지레 포기한 팀도 있었고 이적료가 비싸다는 말도 들렸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현대캐피탈은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했다. 문전박대에도 계속 경기장을 찾아가서 구단 관계자와 선수를 만나고 V리그 행을 권유했다.

15만 달러 이하의 연봉을 받는 다우디로서는 한국행이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연봉 25만 달러가 보장되는데다 만일 다음 시즌까지 잔류할 경우 35만 달러를 받는 조건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상 연봉이 2배 이상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세금도 대납해주고 차, 주택 등 다양한 혜택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 배구단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은 첨단 훈련시절과 선수관리 시스템도 갖췄다는 현대캐피탈의 자부심도 있었다.

결국 다우디가 먼저 마음을 돌렸다. 물론 주축선수를 쉽게 내줄리 만무했다. 구단은 거부했다.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 했던 반지원정대는 플랜B로 그리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접촉했다. 두 선수의 경기스케줄에 맞춰 여기저기 다니느라 공항에서 보낸 시간이 전체 일정의 절반을 넘었다. 이스탄불~앙카라~그리스 등 비행기만 10번 이상을 타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사진제공ㅣ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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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우디를 보내준 팀의 속사정은

플레브네스포르는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면서 팀이 없어질 뻔했다. 이번 시즌은 스포츠토토가 구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이다 보니 돈 걱정이 없었다. 이적료 몇 푼에 마음이 움직일 상황은 아니었다. 반지원정대는 다우디를 대신할 선수를 구해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며 협상을 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선수가 세페다였다. 2016~2017시즌 OK저축은행이 지명했지만 쿠바 대표선수로 월드리그 원정경기 도중 집단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V리그에 오지 못했던 그가 다우디의 대체선수로 유력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터키리그 출전은 가능하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로 원정을 떠날 수 없는 세페다의 사정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적협상이 무산될 뻔했지만 큰 리그에서 기회를 잡아보겠다는 다우디가 “보내주지 않으면 배구를 그만 두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자 일이 풀렸다. 플레브네스포르도 결국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실익을 선택했다.

배구를 시작한지 이제 5년째인 다우디는 루마니아리그에서 시작해 터키리그에 4시즌 째 뛰고 있다. “당초 육상선수로 시작해 농구를 택했지만 맞는 것이 싫어서 배구로 전향했다고 들었다. 우간다 국적이지만 집안도 좋고 대학도 나온 선수”라고 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영입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몇몇 V리그 구단들은 “현대캐피탈이 상상외의 이적료를 줬을 것”이라고 했다. 이적료가 8억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지난 주말까지 V리그에 나돌았지만 그 절반도 되지 않은 합리적인 금액이었다는 것이 에이전트와 현대캐피탈의 공식 입장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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