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스포츠동아DB
흥미진진해지는 시즌과 경기, 멋진 플레이에 더 집중해주기를 바라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물론 그날의 기억을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흥국생명도 난처한 눈치다. 그날 일을 놓고 이미 충분한 얘기가 나왔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그 정도로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고 봤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선수의 근성은 이해하지만 비신사적 행위”라고 했다. 김연경도 “네트를 잡았던 것은 나에 대한 표현이었지만 과한 것 같다. 상대를 존중하지 못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여기서 딱 끝났을 문제였다. KOVO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서둘러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12일 경기운영본부가 “주심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징계를 줬는데, 이것이 더 큰 논란을 만들어버렸다. KOVO의 결정에 반발하는 심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뒤따랐다. 징계의 근거였던 국제배구연맹(FIVB)의 해석을 놓고 정반대의 말들이 이어지면서 KOVO가 의도했던 신속한 마무리는 실패했다.
이렇게 많은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번 사안이 흑과 백으로 나눠서 판단 내리기 힘들 정도로 애매모호하다는 뜻이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지만 스포츠에는 회색지대가 있다. 이것은 규정이나 룰로 재단할 수 없기에 상식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
지금은 각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을 외친다. V리그 전체의 이미지에 결코 좋지 않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KOVO 구성원들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해서다. KOVO가 어떤 공식 결정을 내리면 최소한 구성원들은 같은 얘기를 하거나 싫더라도 따라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모두가 자신의 버전으로 숨어서 말하는 통에 논란으로 증폭됐다.
지금 이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도 드물다. 게다가 김연경 관련이다. 언급만 하면 관심이 몰리기에 매스미디어는 한 번 문 먹이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매스미디어의 생리상 자신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 나오면 자존심을 걸고 지키려고 한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그날 행동의 본질은 사라지고 화제만 남아 논란에 되돌이표가 붙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가 입을 열면 열수록 논란은 생명력을 얻어 오래도록 얘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최소한 KOVO의 누군가는 직접 매스미디어에 설명하고 주장의 근거를 밝히는 것이 옳았지만 아직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정은 났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조차 없으니 각자가 알아서 물어보고 자신이 들었던 얘기를 주장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KOVO는 이번 김연경 파동으로 한 가지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내부 입단속과 함께 문제 사안에 대해 책임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