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IBK 김우재 감독이 밝힌 봄 배구 진출의 숨겨진 얘기들

입력 2021-03-08 11:5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봄 배구’ 단골이었던 IBK기업은행이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7일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KGC인삼공사에 세트스코어 3-2로 이기면서 1경기를 남겨 놓고 추격자 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의 추격을 뿌리쳤다. 경기 내내 선수들을 안정시키려고 애쓰던 김우재 감독은 다음날인 8일 오전 전화통화에서도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가 한 게 없고 다 애들이 했다”면서 영광의 순간을 고생했던 선수들에게 돌렸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축하드린다. 3년 만에 봄 배구에 나간 원동력은.

“우리 팀은 다른 팀보다 장단점이 두드러진다. 리시브가 약하고 선수들의 기본기가 떨어져서 배구를 아주 잘하는 선수가 많은 팀은 아니지만 블로킹과 서브는 감독이 원하는 대로 잘 해줬다. 수비 이후 반격에서 우리의 장점이 점점 좋아진 것이 도움이 됐다.”


-모든 선수가 다 수훈선수겠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된 선수들은 있을 텐데.

“FA로 영입한 세터 조송화가 높이에서 큰 도움을 줬고 외국인선수 라자레바도 프로선수 마인드로 열심히 해줬다. 현대건설에서 트레이드 해온 리베로 신연경도 코트에서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줬다. 나는 코트에서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 가운데서 김주향과 육서영이 성장한 것도 보탬이 됐다. 우리 팀은 국가대표 센터가 2명 있지만 센터는 보조공격수 역할이다. 경기의 승패는 레프트나 라이트에서 결정을 내는데 레프트의 약점을 표승주, 김주향, 육서영이 잘 메워줬다. 2년 전 IBK기업은행을 맡아서 김수지와 김희진을 제외하고 15명이 바뀌었다. 새롭게 팀을 만들었는데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준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학원스포츠에서 오래 지도자 생활을 하다 프로팀을 맡으면서 차이점을 많이 느꼈을 텐데.

“학생배구는 감독이 앞장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원하는 배구를 만들면 되지만 프로팀은 다르다. 기존의 선수들마다 자신의 색깔이 있기에 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기기량이 나오도록 뒷받침하면서 참고 인내하느냐가 중요했다. 30년간 배구하면서 내가 바보가 된 느낌도 들었지만 가진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윽박질러서 될 일은 아니었다. 다른 프로팀 감독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플레이오프 진출도 내가 한 게 없고 선수들이 다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경기 내내 사람들의 시선은 라자레바에게 갔다. 계속 허리를 만지던데.

“나도 아픈 선수를 경기에 뛰게 할 생각은 없다. 본인에게 물어봤더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허리를 계속 만지는 것이 버릇 같기도 하고 자신을 알아달라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아직 어린 선수여서 그럴 수도 있다. 물론 근육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었다. 라자레바도 힘든 훈련을 빼주고 조절만 해주면 경기에는 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쉬게만 해주면 코트에서 자기역할을 하는 선수다.”


-어제 경기 내내 “한 점만 생각하자”면서 선수들에게 지시하던데.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나도 선수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흥분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고 선수들을 믿고 가기 위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길 수 있었던 2, 3세트를 내주고 4세트도 뒤진 상황에서 내가 먼저 흥분하면 선수들이 무너질 것 같아서 더 냉정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끝나고 단장님께서 내 표정을 보고 ‘기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속으로는 기뻐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다. 처음 프로팀 감독으로 봄 배구에 진출했는데 나도 기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했다고 생각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