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도심 풍경.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오토바이 물결을 타고 하노이가 움직인다 하노이에서 제일 많이, 자주 마주치는 것은 아마도 오토바이 행렬일 것이다. 이 오토바이들은 왕복 6차선 도로쯤은 가볍게 메워버린다. 마치 소떼처럼 우르르 왔다가 몰려가는 하노이 최고의 볼거리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헤집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다.
호안키엠 주변 오토바이 행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신호등도 없고 누군가 교통정리도 하지 않는데 급브레이크 소리도 없이, 경적도 없이 무사히 길을 건너니 말이다. 베트남엔 모든 것이 혼재하는 듯하다. 중국의 것, 프랑스의 것이 함께 있고 간혹 미국의 모습도 보인다. 가톨릭이 있는가 하면 유교가 있고, 오래된 것이 거리를 메우는가 하면 무언가 미래로 박차고 나아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거리는 혼란스럽지만 그것이 외려 베트남의 색깔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것이 혼재하는 하노이 젊은이들은 한류 스타나 유명 배우를 선망하고 있겠지만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듯 이들에게도 전 국민이 우러러 마지않는 영웅 호치민이 있다. 호치민이란 도시명도 있으니 그의 의미는 남다르다. 호치민을 위한 아니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베트남 국민들을 위해 호치민은 광장에 모셔져 있다. 때를 못 맞춰 영묘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광장을 한가롭게 걷고 있었다. 광장 중앙의 영묘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매시마다 조촐하게 근위병 교대식도 벌어지고 있었다.
문묘의 공자 사당.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거리의 건물에서는 프랑스의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문묘로 가면 중국 어디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한자를 사용하는 베트남 문화가 중국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는데 문묘는 베트남 최초의 국립대학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인공호수를 둘러싼 양쪽 건물에 늘어서 있는 건물엔 비석이 줄을 잇는다.
거북이 등의 비석에는 과거시험 합격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름은 한자로 새겨졌는데 후대 사람들은 거북이 머리나 그 이름을 만지면서 자신의 입신양명을 기원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자를 모셔놓은 사당이 있는데 향을 피우는 것이나 건축양식 등이 중국을 닮아 있다.
과거시험 합격자의 이름을 새겨놓은 비석.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현재를 살아가는 하노이의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곳은 호안키엠 호수다. 주변으로는 전통 시장과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나 레스토랑, 카페들이 즐비해 자연스럽게 번화하다. 호수에는 붉은 다리로 연결된 옥산사가 있고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있다. 호수에는 거북에 관한 전설이 서려 있는지라, 오래 전 이 거대한 거북이 나타났을 때 전설을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호수는 이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 산책로가 되었다.
베트남 항공.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어디를 가나 하노이는 개방과 개발의 물결이다. 거리는 자전거를 탄 아오자이 여인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탄 야무진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일행을 안내한 베트남인은 베트남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이 통일되고 경제가 낙후된 것만 제외하며 모든 것이 한국과 같다고. 그런 그들이 이제 한국을 모델 삼아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