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를 위한 황금의 땅 미얀마 2편]바고, 바간, 헤호

입력 2014-03-26 0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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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는 수도승의 생활을 참관할 수 있는 수도원이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미얀마에서는 수도승의 생활을 참관할 수 있는 수도원이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미얀마는 어느 곳을 가든 불탑들이 이어진다. 도시 건물들 사이에서도, 짙은 초록의 열대 우림 속에서도 불탑은 이어진다. 불탑을 찾아온 순례자들은 숭고한 마음으로 그들처럼 양말을 벗고 탑으로 다가가 참선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화로운 미소를 머금게 된다. 버마였던 나라, 미얀마. 아웅산 사건을 기억하는 연배들에게 미얀마는 매우 위험한 나라로 인식될지 모른다. 하지만 부유하지는 못할지언정 사람들은 순박하고 오히려 치안은 완벽하다.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미얀마가 주목 받고 있다.》

바고, 깨달음을 얻은 자를 위한 곳

양곤에서 북쪽으로 80km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오래 전 몬족과 바마르 족이 수도로 사용했던 곳이다. 번성했던 왕가의 도시 바고는 이후에 강의 물줄기가 바뀌면서 항구 기능을 잃고 역사와 경제의 중심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바고에는 미얀마에서 가장 높은 117m의 쉐모도 파고다가 있다. 2,200년 전 몬족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처음엔 소규모였으나 이후 부처의 치아를 보관하게 되면서 증축을 거쳐 현재의 높이와 규모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930년대 지진으로 붕괴되었는데 보수하면서 당시에 떨어진 첨탑 부분을 그대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난다 사원은 바간 왕국의 영화로웠던 역사를 볼 수 있다(사진 왼쪽). 아난다 사원의 중앙탑도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아난다 사원은 바간 왕국의 영화로웠던 역사를 볼 수 있다(사진 왼쪽). 아난다 사원의 중앙탑도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바고에서 특별한 방문지는 짜까와이다. 미얀마에서 남자들은 평생에 단 몇 주라도 스님의 생활을 하며 불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이후에야 진정한 인간임을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짜까와이는 수도승이 수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머리를 깎고 붉은 빛의 수도승복을 걸친 행렬이 수련하고 식사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불교의 나라이자 스님의 나라인 이곳은 그래서 특히나 여성 여행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은 스님에게 직접 말을 건네거나 만질 수 없으며, 심지어 물건을 직접 건네는 것 조차 불가하다.


바간, 밀림 속 불탑을 보다

과거 400만개의 불탑이 있었던 번성한 도시로 알려진 바간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2,500개 이상의 불탑과 수도원이 건설되었던 바간은 13세기까지 번영을 누렸으나 쿠빌라이 칸에 의해 멸망했고, 지금은 밀림 속 곳곳에 남은 300여 개의 탑들이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아난다 내부의 불상은 모두 넷인데 동서남북으로 조성시기와 형상이 다르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아난다 내부의 불상은 모두 넷인데 동서남북으로 조성시기와 형상이 다르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과거 바간 왕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난다 파고다이다. 인도에서 온 승려에 의해 지어졌다고 알려졌는데, 부처의 지혜를 알리기 위해 1091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본당 한쪽 편의 길이가 53m로 정방형을 이루고 있고, 바닥은 윤이 나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고다이며, 바간의 유적들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편이다.

쉐지곤 파고다는 1087년경에 만들어졌는데 부처의 쇄골과 앞니를 보존하고 있어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의 전생을 묘사한 그림을 볼 수 있으며 이후 미얀마 파고다 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 곳이다.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는 이후 미얀마 불탑 양식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는 이후 미얀마 불탑 양식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바간의 명물인 밀림 속 파고다를 보려면 밍글라 제디에 올라보자. 특히 해질녘이나 해 뜰 무렵이면 더욱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숲 속 곳곳에 솟아 있는 수많은 탑들을 보면 땀 흘려 이곳에 올라온 것 이상의 것을 얻으리라. 밀림 속 파고다를 보는 또 다른 방법은 기구를 타는 것이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지만 손 쉽게 지상에 펼쳐진 불도자들의 낙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미얀마의 유적 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 중 하나는 마차다. 대중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발달하지 못한 곳에서 주로 개별 여행객들이 이용하는데 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는 마차를 타고 파고다들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밍길라 제디에 오르면 밀림 속에 펼쳐진 바간의 파고다들을 볼 수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밍길라 제디에 오르면 밀림 속에 펼쳐진 바간의 파고다들을 볼 수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순례자를 위한 평화로운 휴식, 헤호

헤호를 찾는 이유는 맑은 인레 호수와 호수처럼 맑은 사람들 때문이다. 헤호는 양곤이나 바간 보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같은 시기에 방문해도 조금 더 서늘한 기운을 맛 볼 수 있어 주변의 깔로를 비롯한 휴양 도시도 발달해 왔다.

또한 인도와 네팔에서 온 사람들과 토착민이 있어 대도시와는 다른 구성원들도 헤호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 트레킹 코스가 발달해 있는 이곳은 마치 불탑들의 순례를 마친 수도자들이 휴양을 찾듯 모여든다.

인레호수에는 수상가옥과 주변으로 크고 작은 마을이 있다(사진 왼쪽).  인레 호수만의 풍경인 외발 노젓기는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힌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인레호수에는 수상가옥과 주변으로 크고 작은 마을이 있다(사진 왼쪽). 인레 호수만의 풍경인 외발 노젓기는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힌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헤호에서 1시간 거리에 인레 호수가 있다. 해발 900m인 인레 호수는 제법 규모가 커서 제대로 보려면 2~3일은 족히 걸린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마을과 학교가 있고 호수를 기반으로 생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인레 호수는 5일장처럼 수상시장이 서는데, 주변에서 생산된 야채와 과일, 옷가지들이 거래되어 활기를 띈다.

인레 호수를 유명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독특한 방식의 노 젓기이다. 호수를 다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얇고 긴 쪽배는 배 한쪽 끝에 중심을 잡고 서서 외 발로 노를 저어 간다. 어려서부터 이런 방식을 배운다고 하는데, 인레 호수의 특별한 볼거리이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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