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레 뚫린 자유로를 내달리는 것만으로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차창을 스치던 도심 속 건물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간다. 그 자리를 채워주는 건, 철책선과 경계를 서고 있는 초소 앞 군인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분단국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곳.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Irony.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총 3만 평 규모의 잔디 언덕.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었던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 통일의 상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조성된 공원.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공연, 전시, 영화 등의 다채로운 볼거리로 새롭게 이미지를 탈바꿈해 가고 있는 곳.
자유로를 달린지 40여분, 임진각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연들이 유유히 하늘을 노닐고 있는 광경.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임진각의 모습을 되짚어 보니 지금의 이 풍경이 그저 낯설기만 하다. 엄숙한 수학여행의 장소, 그리움을 간직한 실향민의 고향이었던 ‘그곳’은 부모님과 연을 날리는 아이들, 손을 놓칠 새 없는 연인들, 잔디밭에 자리 잡은 여유로운 소풍객들의 ‘이곳’으로 모습을 바꿨다. 말 그대로 평화누리공원이 되었다.
어디선가 평화누리공원과는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임진각 역사의 상징인 자유의 다리. 1953년 포로 교환 당시 북한에 억류됐던 전쟁포로들이 이 다리를 건너 자유를 찾으며 붙여진 이름. 지금 이 다리의 끝은 철책이 가로 막고 있다. 그 철책 사이로 전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빼곡히 쌓여있는 곳.
장단역에 반세기 넘게 방치되어 있는 증기 기관차. 1,020여 개의 총탄 자국과 녹슬고 휘어진 바퀴가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전해준다. 기차 연통 속에서 자랐던 뽕나무는 건강하게 장성했다. 기차 옆을 지키며 어느덧 친구가 되어버린 인연.
평화누리공원을 지키던 하루의 해가 저물어 간다. 임진각 전망대에 올라 일몰을 기다린다. 너무 쓸쓸하지는 않을까 하는 때 이른 걱정은 붉은 해와 함께 땅 속으로 모두 사라졌다. 남북대립의 상징이었던 임진각. 우리는 이곳을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하려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풍성한 공간, 평화누리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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