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②]마사슬록·엠디나·블루 그로또

입력 2016-01-25 1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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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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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axlokk
몰타 사람들의 향기, 마사슬록 어촌마을 몰타가 당한 침략의 역사는 동남부 끄트머리에 있는 마사슬록에서도 이어진다. 15,6세기 터키군과 나폴리군의 격전지였다는 마사슬록, 현재는 몰타 최대의 어촌마을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그랑항에서처럼 화려하고눈부신 고급 요트들을 볼 수는 없지만 알록달록한 무지갯빛을 가진 몰타의 전통 배 루츠Luzz가 잔잔한 바다 위에서 쉬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마사슬록을 넘어 몰타 전체를 대표하는 그림이 될지도 모른다. 몰타 최대의 수산 시장인 마사슬록의 선데이 마켓은 매주 일요일 아침 여덟 시부터 일찍 열리며 오후 세시면 파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벼룩시장도 함께 펼쳐져 몰타 사람들과 여행객들 사이에서 진짜 몰타 사람들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마사슬록. 게다가 바다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 마사슬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곳이 좋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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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아닌 경우 마을은 꽤 한적하다. 루츠뿐 아니라 마사슬록 집들의 문들은 화려하고 강렬한 대비의 원색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색깔로써 집을 구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의 외형을 문패나 다른 도구가 아닌 색으로 구분하는 사람들. 비록 그것이 문맹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아이디어이며 일상 속에서 피워낸 예술과 가까운 삶의 방식이었다. 할아버지들은 그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일상을 나누고 아침부터 마시던 맥주 캔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던진다. 아무도 그런 행동을 무어라 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깨끗한 마사슬록 거리이기에 그 쓰레기는 분명히 그 할아버지가 다시 주워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배 손질을 하는 어부의 표정에는 딱히 고된 노동의 모습이 어려 있지 않고 기념품을 파는 수더분한 아주머니의 호객에는 먼저 몰타에 온 환영의 인사가 담겨있다. 다소 세련된 모양은 아니지만 앞치마를 사고 기념품도 샀다. 잔돈을 건네주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던 아낙. 그것은 어제 쓰리 시티즈를 걸으며 말티즈Maltese-몰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얼굴의 주름을 통해 이미 보았던 것이었다. 섬나라 특유의 배타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몰타 사람들의 친절함은 원래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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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ina침묵과 고요의 도시, 엠디나는 몰타의 첫 번째 수도로 몰타섬 중앙의 언덕 지대에 위치한 중세의 성채 도시이다. 발레타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져 있으며 한 CF에서도 배우 현빈이 이곳을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몰타섬의 장쾌한 풍광은 어째서 오랫동안 이곳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역이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이런 풍경 속에서 사랑을나누지 않는 것은 엠디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연인들은 여기저기서 입을 맞추고 가만히 서로를 안은 채 상대의 눈을 바라본다. 물론 그 눈에는 엠디나와 엠디나 너머로 보이는 몰타의 전부가 들어있을 것이다.

도시의 역사가 무려 3,000년이나 되는 고도인 엠디나는 주로 귀족들과 부유층이 살았던 곳으로 현재도 몰타의 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수수하고 담백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으며 1570년에 지금의 수도인 발레타로 이전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몰타의 수도였다. 당시 갑자기 진행된 천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탓에 현재까지 사일런트 시티라는 별칭으로 남았다. 엠디나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까닭에 함부로 건물 외관을 변경하거나 훼손할 수 없어서 옛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겨져 있다. 유럽 전역을 뒤덮고 있는 그라피티 또한 이곳 몰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엠디나의 입구로 들어서면 중세의 앤티크한 기운이 온 공간을 가득 채운다. 별다른 장식 없이도 말이다. 몰타의 골목들은 유난히 좁고 길지 않으며 금방 다른 골목으로 꺾어진다. 작은 자동차도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이며 어떤 골목은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리면 꽉 들어차는 골목도 있다. 이는 적들의 침입에 대비해 일부러 디자인 한 것으로 적들이 쏜 화살이 길게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말도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골목을 걷다보면 어느새 엠디나의 중심인 세인트 폴 성당이 나왔고 조금 전에 마주쳤던 사람과 다시 모퉁이에서 만난다. 그 사람은 나를 지나쳐 또 나와 만났던 다른 사람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눌 것이다. 돌에서 묻어나오는 세월의 흔적 그리고 그 골목 사이로 불어오는 언덕의 미풍. 어쩌면 쓰리 시티에서처럼 몰타에서 남은 느낄 것들을 먼저 다 경험해 버린 것 같은 묘하고 아이러니한 불안함. 이곳에 밤이 찾아오고 라임스톤의 벽에 가스등 불빛이 물든다면 어떨까. 벌써부터 기회가 된다면 하루종일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이곳저곳을 걷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상업적인 간판이나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몰타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판다는 작은 폰타넬라 빵집과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레스토랑이 있고 크지 않은 기념품 가게가 있을 뿐. 이곳은 그냥 몰타 사람들이 다니는 작은 길, 그것뿐이었다. 골목 하나마다 적당한, 그러니까 넘치지 않는 몰타만큼의 감사를 하게 되는 곳. 이곳은 몰타의 엠디나라는, 더없이 한적한 골목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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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Grotto
지중해를 만지다, 블루 그로또
몰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동굴, 블루 그로또.
블루 그로또는 ‘푸른 동굴’이라는 뜻으로
절벽을 따라 형성된 크고 작은 해식 동굴을 일컫는다.

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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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카프리섬에 ‘절대 빛깔’이라고 불리는 같은 이름의 동굴이 있지만 혹자는 몰타의 블루 그로또 또한 몰타의 또 다른 랜드마크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몰타를 대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 블루 그로또로 가기 위해 몰타섬의 남서쪽으로 향했고 하늘은 마침 맑았다. 그동안 몰타의 바다에 집중하느라 하늘을 보지 못했었는데 지중해 위에 떠있는 하늘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남부의 그것처럼 여전히 아름답다. 투어는 열 남짓의 사람을 태우고 삼십여 분 동안 진행된다. 바다로 들어선 이후 보트는 섬 바깥을 크게 돌아 처음 동굴이 보이는 곳에 선 후 다른 동굴들을 하나씩 탐험한다. 그 중 가장 큰 동굴을 지칭하는 블루 그로또. 잠시 동굴에 들어선 순간, 마치 사파이어 궁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사람들은 중심이 잡히지 않는 어정쩡한 자세에서도 기꺼이 몸을 일으켜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동굴 안은 의외로 파란 색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햇빛이 바다를 투과하면서 얕은 바닥에서 반사된 영롱한 빛이 투영되어 초록색으로도 보였다가 가끔은 짙은 자수정색처럼도 보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물에 반사된 빛은 은색으로도 빛났다.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파도를 타던 배가 출렁이며 잠시 지중해의 물을 만져볼 수 있었다. 물은 돌고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미끌거리기도 했고 잘 익은 잔디를 스치는 것 같기도 했다. 지중해를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았던 순간, 블루 그로또는 그렇게 손에도 남는다.
보트 운행시간 여름 09:00~17:00 겨울 09:00~15:30
투어 가격 성인 8유로, 어린이 4유로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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