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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빛을 만나 꽃이 될 때,
나시랄 몰크 모스크
1888년에 완공되었으며 ‘핑크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나시랄 몰크 모스크. 이란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모스크들이 푸른색을 띠고 있지만 이곳은 가장 최근에 만들어져 다소 근대 서양의 영향을 받았기에 푸른색이 물러나고 밝은 톤의 핑크색이 바탕을 이루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모스크로는 유일하다는 나시랄 몰크 모스크. 이곳은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정오가 지나면 빛의 방향이 바뀌므로 이 신비로운 빛의 축제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스크로 들어선 후 바로 옆의 예배당으로 향하면 차마 안에서는 그것을 전부 담지 못하고 무언가 이상하게 얽히고설킨 빛들이 밖으로 삐져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크지 않은 내부는 이 엄청난 빛들을 담기가 확실히 버거워 보인다. 아침나절의 무구한 빛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해 예배당 내부의 벽에, 양탄자에 그리고 천장과 기둥에 빈틈없이 스며들어 물들고는 이 공간을 믿을 수 없는 빛의 궁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엄청난 빛의 파티에 비하면 믿기지 않지만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은 고작 네 가지로 제한되며 빨강은 순교, 파랑은 하늘, 초록은 이슬람 그리고 노랑은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예배당의 구석진 곳에 조용히 앉아 빛의 쇼를 보는 것. 그것은 어쩌면 시라즈에 온 가장 회화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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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EPOLIS
페르시아 제국의 뜰,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 이란 여행을 꿈꿔왔던 사람 중에 이곳을 보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페르세폴리스를 지나친다는 것은 인도에서 타지마할을, 캄보디아에서는 앙코르와트를 그리고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보지 않고 돌아서는 것과 같다고 단언한다.
시라즈 북동쪽 약 70㎞ 지점, 마른 사막을 달리다 갑자기 척박한 라흐마트 산맥 앞으로 평원이 이어지고 페르세폴리스는 그곳에 홀연히 나타난다. 수 세기 동안 흙먼지와 바람 속에 묻혀 있었지만 1930년 대대적인 발굴로 드디어 빛을 보게 된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 1세 때인 기원전 518년부터 짓기 시작해 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Achaemenes-BC 550~330 왕조의 수도로 ‘페르시아인Perse들의 도시Polis’를 뜻하고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길이 450m, 폭300m의 부지 위에 ‘만국萬國의 문Gate of All Nations’과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이의 돌기둥을 세워 만든 ‘아파다나Apadana 왕궁’ 그리고 궁으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 새겨진, 속국으로부터 사신들이 조공을 들고 오는 사실감 넘치는 ‘외벽 부조’와 산 절벽에 깎아서 만들어 놓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 3세의 무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부조는 아마 지금의 만국박람회의 시초가 아닐까하는 단서를 제공하기에 충분한데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이야기, 넘치는 생동감은 2,5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극사실적이며 보존 상태도 훌륭하다. 양들을 바치는 이들은 시리아에서, 향료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인도에서, 페니키아인은 와인을 그리고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를 들고 오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파다나 왕궁 터에는 총 72개 기둥의 흔적이 있다. 웅장하고 매끈한 기둥 72개가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 대왕이 무참하게 짓밟지 않았다면 그리스의 파르테논이나 현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마저 이곳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을 것이다.
페르세폴리스에 들어온 이상, 모든 것들이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면 어디선가에서 사자의 포효가 들렸고 또 눈을 뜨면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이 각각의 고유의상을 입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을 흥정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때론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갔다. 바위산에서 돌 하나가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에 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직까지 페르세폴리스에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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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영화 <300>이 바로 다리우스의 아들이었던 황제 크세르크세스와 스파르타 결사대와의 전쟁을 그린 영화이다.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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