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1차전을 위해 고스포드에 도착한 첫날부터 호주 언론들의 요청은 거의 동일했다. 호주 국적의 중앙 수비수 보스나를 대회 공식 인터뷰이로 초대해 달라는 것이었다.
본래 공식 인터뷰에는 양 팀 사령탑과 주장이 참석하는 게 관례다. 그래도 수원은 흔쾌히 허락했다. 반면 센트럴코스트의 그래엄 아놀드에게는 썩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사연은 이랬다. 아놀드 감독이 거스 히딩크 감독(러시아 안지)을 보좌해 호주 국가대표팀 코치로 머물던 2005년, 호주는 영국 런던으로 A매치 원정을 떠났다. 당시 호주 엔트리에는 보스나가 속해 있었다. 하지만 몸을 풀며 교체 투입을 기다리던 중 웃었다는 이유로 아놀드 감독이 크게 화를 냈다. “웃은 적 없다”는 보스나의 해명도 통하지 않았다. 서운했던 보스나는 곧바로 짐을 꾸려 선수단을 떠났고, 이후 국가대표와 연이 닿지 않았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그간 서로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수원이 센트럴코스트와 한 조에 편성되며 유쾌하지 못한 조우가 연출될 뻔 했다. 묘한 상황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건 아놀드 감독이었다. “내가 미안했다”는 내용의 문자 한 통에 보스나의 얼어붙었던 마음 역시 풀렸다.
보스나는 “이제야 오해가 풀렸다”며 기뻐했다는 후문.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보스나는 새 시즌, 서정원호의 첫 공식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고스포드(호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