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누구 지○○ 가진 분 없어요?”
두산 김현수(26)가 8일 목동구장 원정팀 덕아웃을 누비며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다. 야구장비도 아니고, 비타민 같은 영양제도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비염약 이름이다. 환절기만 되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김현수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어김없이 비염의 마수에 걸린 것이다.
환절기 비염은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하는 터라 경기에 나서려면 약의 힘을 빌리는 게 필수. 그러나 김현수는 하필이면 넥센과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비염약을 복용하지 못했다. 그는 “원래 집에 비염약을 쌓아두고 복용하는데, 야구장에 와서 안 가져온 걸 알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다고 비염약은 트레이닝코치들이 소지하는 약품도 아니다. 다른 선수들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약을 수소문해봤지만, 이날따라 비염약을 가져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콧물이 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던 김현수는 결국 “이거라도 먹어야겠다”며 일반 감기약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은 뒤 착잡한 표정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비염도 김현수는 막지 못했다. 언제 울상이었냐는 듯, 첫 타석부터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2루타를 날렸다. 두 번째 타석도 좌전안타. 김현수는 결국 비염에 완승을 거뒀다.
목동|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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