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뜨는 별과 지는 별이 극명히 드러났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이 기대됐던 모태범(한국) 역시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빙속 데이비스·모태범도 이변의 피해자
남녀스키 밀러·다카나시도 스타일 구겨
하뉴·리프니츠카야는 피겨 신성 떠올라
‘이변의 소치’다. 이상고온만큼이나 당황스런 결과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았다. 대회를 앞두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황제들이 줄줄이 메달권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숀 화이트-샤니 데이비스(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스노보드 황제’로 불리던 숀 화이트(미국)는 노메달의 굴욕을 당했다. 2006년 토리노대회와 2010년 밴쿠버대회에 이어 소치에서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3연패를 노리던 그는 결승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4위에 그쳤다. 새로 추가된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 욕심을 내지 않고 하프파이프 3연패에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로 ‘플라잉 토마토’란 별명을 갖고 있는 화이트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구사한다고 해 ‘외계인’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러나 소치에선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화이트와 함께 미국이 자랑하던 또 다른 ‘3연패 후보’ 샤니 데이비스 역시 쓸쓸히 대회를 마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종목에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꿈꾸던 1000m의 ‘제왕’ 데이비스는 1분09초12로 결승선을 통과해 8위에 머물렀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세계 1위 모태범(한국) 역시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 모태범은 외신들이 주목한 500m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아쉽게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데이비스와 모태범을 밀어낸 이들은 소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네덜란드선수들이었다.
남녀스키를 대표하던 별들도 이변의 피해자였다. 미국의 ‘스키 영웅’ 보드 밀러는 알파인스키 남자 다운힐에서 2분6초75로 8위에 그쳤다. 스키월드컵에서 33차례나 우승했던 절대강자는 알파인스키 남자 슈퍼복합에서도 6위에 머물며 스타일을 구겼다.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스키점프에서 자타가 공인하던 금메달 1순위 후보로 꼽혔던 다카나시 사라(일본)는 노멀힐 결선에서 4위에 그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하뉴 유즈루-율리아 라프니츠카야(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반면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신성도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하뉴 유즈루(일본)가 대표적이다. 2010∼2011시즌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하뉴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소치에서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아사다 마오(일본)를 제치고 ‘피겨 여왕’ 김연아의 새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도 소치에서 탄생한 새로운 별이라고 볼 수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