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이냐, 변종이냐 넥센-LG PO 1-4번 전쟁

입력 2014-10-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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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선 서건창-넥센 박병호-LG 정성훈-LG 이병규(7)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스포츠동아DB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난 LG와 넥센은 팀컬러와 야구스타일이 대조적이다. 방망이만 놓고 봐도 그렇다. 넥센은 곳곳에 홈런을 칠 수 있는 우타 거포들이 즐비한 반면 LG는 빠르고 정교한 좌타 중장거리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공격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양 팀의 1번타자와 4번타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 넥센, 전형적인 1번타자와 4번타자

넥센은 고전적이면서도 전형적인 1번타자와 4번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건창이 리드오프를 맡고 있고, 박병호가 4번타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번타자는 보통 체격은 작아도 발이 빠르고, 타격이 정교하고, 출루율이 높고, 번트를 잘 대는 타자가 맡는다. 기교를 통한 안타든,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볼넷이든 출루를 많이 해 팀 공격의 활로를 뚫는 것이 전통적인 1번타자 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서건창은 교과서적인 리드오프다. 우선 발이 빠르다. 시즌 48도루로 3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서건창의 가장 큰 무기는 안타생산 능력이다. 올 시즌 201안타를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안타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많이’도 치지만 ‘정확히’도 친다. 타율 0.370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4번타자 박병호는 최고의 홈런타자다. 올 시즌 52홈런으로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1999년 54홈런, 2003년 56홈런)과 심정수(2003년 53홈런)에 이어 꿈의 50홈런 고지를 돌파한 역대 3번째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3년 연속 타점왕에 오를 정도로 찬스에서 클러치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3할 타율까지 달성해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췄다. ‘4번타자’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박병호일 정도로 그는 전통적인 관점의 최고 4번타자다.


● LG, 변형적인 1번타자와 4번타자

LG의 1번타자와 4번타자는 일종의 ‘변종’이다. 1번타자 정성훈과 4번타자 이병규(7번)는 팀 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 까닭에 선택한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면서 LG 돌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정성훈은 올 시즌 내야안타가 7개뿐이며, 번트안타는 1개밖에 없다. 팀 내에서조차 내야안타 순위가 5위일 정도다. 서건창(내야안타 20개, 번트안타 4개)과 대조적이다. 도루 역시 정성훈은 올 시즌 3개만 성공(2차례 실패)했을 뿐이다. 그러나 ‘강한 1번타자’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올 시즌 타율 0.329로 정교함을 갖춘 동시에 서건창에게 없는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에 4사사구, 5득점, 2타점의 호성적을 올렸다. 홈런 1개와 2루타 3개를 날리며 ‘장타 치는 1번타자’로 맹활약했다. 1차전 1회초 선두타자 초구 2루타, 2차전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은 기선을 제압하는 결정타였다.

4번타자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 0.306에 16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LG 팀 내 최다홈런과 최다타점이지만 4번타자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정규시즌 막판의 좋은 타격감을 준PO까지 이어가면서 4번타자 임무를 훌륭히 소화했다. 준PO 4경기에서 홈런은 없었지만 타율 0.500(16타수 8안타)에 장타가 5개(2루타 4개, 3루타 1개)나 됐다. 최다타점(6타점)을 올리며 클러치 능력도 발휘했다.

야구에 정답은 없다. 과연 이번 PO에서는 누가 웃을까. 정통파 넥센과 변종파 LG의 맞대결은 야구의 다양한 재미와 가능성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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