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앞두고 대장암 판정을 받은 NC 투수 원종현(뒤)이 18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PO 1차전에 앞서 시구를 한 뒤 포수 김태군과 포옹하고 있다. 원종현은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원종현!” “원종현!”
18일 두산-NC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마산구장. NC 원종현(28)의 이름이 구장 가득 울려 퍼졌다. 불펜에서 모습을 드러낸 원종현은 커다란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졌다. 1년 만에 원종현의 공을 받은 포수 NC 김태군은 그를 끌어안으며 반겼고, 김경문 감독 및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시구가 끝난 뒤 덕아웃으로 돌아온 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영했다.
원종현은 올해 돌풍을 일으킨 NC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도중 몸에 이상을 느꼈다. 급히 귀국해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대장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종현은 이제 갓 피기 시작한 야구인생에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고, NC는 가장 믿을 만한 필승조를 잃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NC 선수들은 원종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 모자에 그의 투혼의 상징인 ‘155K’가 적힌 패치를 달고 팀 창단 이후 첫 PO 진출을 일궜다. NC 이민호는 “시즌 시작 전에 불펜투수들끼리 ‘(원)종현이 형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잘하자’고 얘기했다. 만약 우리가 못하면 (원)종현이 형이 미안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았다. 형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던져야 했다”고 귀띔했다.
원종현도 하루라도 더 일찍 복귀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암을 극복해냈다. 그는 최근 진해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기초체력훈련 수준이지만,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PO 1차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그는 “가을잔치에 다시 설 수 있게 돼 기쁘다. 선수들은 나에게서 힘을 받는다고 했는데, 나야말로 좋은 성적을 내준 선수들 덕분에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힘을 받았다”며 “선수들이 경험이 쌓였으니 올해는 잘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김 감독은 원종현의 시구 소식에 “100km만 던져도 된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날 그의 공은 느리게 날아갔다. 스트라이크존도 한참 벗어났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시속 155km의 공보다 더 강한, 혼신이 담긴 100km짜리 1구였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