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은행 첼시 리. 사진제공|WKBL
경기당 14리바운드로 ‘용병급 기록’
10일 최강 우리은행과 격돌에 관심
KEB하나은행 센터 첼시 리(26·189㎝)는 최근 여자프로농구의 ‘뜨거운 감자’다. 첼시 리는 혼혈선수 자격으로 KEB하나은행에 입단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조부모가 한국인이어도 혼혈선수 신분을 인정한다. KEB하나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첼시 리의 할머니가 한국인이다. WKBL도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5개 구단에서 요구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김한별(삼성생명), 수잔나, 크리스틴 조(이상 KB스타즈) 등 혼혈 또는 해외동포선수들은 모두 가족관계증명서를 WKBL에 제출해왔다.
● 첼시 리, 기록은 용병급! 실속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없이 첼시 리는 WKBL의 승인 아래 코트를 누비고 있다. 위력은 대단하다. 개막 후 2경기에서 평균 18.0점·14.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경기만 치렀을 뿐이지만, 리바운드는 리그 1위 기록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용병급’이다.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의 영입을 통해 팀의 약점인 포스트 보강의 뜻을 이뤘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 효과를 100% 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KEB하나은행은 KDB생명과의 개막전(10월 31일)에서 연장 접전 끝에 84-80으로 승리했지만, 4일 KB스타즈전에선 77-79로 패했다. 첼시 리는 23점·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가공할 위력을 뽐냈지만, 팀 승리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KB스타즈는 첼시 리 봉쇄를 위해 도움수비를 연구해서 나왔고, 3쿼터 적잖은 효과를 봤다. KB스타즈 박재헌 코치는 “첼시 리가 못 막을 정도는 아니다. 다음 경기에선 더 잘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 터닝 포인트가 될 우리은행과의 일전
KEB하나은행의 다음 경기(10일) 상대는 리그 최강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우리은행도 첼시 리 봉쇄를 위한 수비 방안을 연구 중이다. KEB하나은행이 예년과 다름없는 경기력으로 우리은행에게 잡힌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은행이 첼시 리 수비에 성공할 경우, 나머지 팀들도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수비법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첼시 리 영입을 통해 정상 등극을 꿈꿨던 KEB하나은행의 희망은 시즌 초반부터 ‘일장춘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수비를 극복하고 승리할 경우, 첼시 리는 물론이고 선수단 전체의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은행과의 일전은 KEB하나은행과 첼시 리에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