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지석훈(오른쪽). 스포츠동아DB
3루수·유격수·2루수로 빼어난 수비솜씨 전천후 활용 가능
김경문 감독 “팀에 꼭 필요한 전력”이라며 각별한 애정
“우리 (지)석훈이게 힘을 줘야지. 그럼 힘을 줄 거야.”
NC 김경문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에넥스필드 스프링캠프에서 내야수 지석훈(32)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연습경기에 돌입하기 전에는 주전 라인업에 대한 말을 아낀다. 혹여나 감독의 말 한마디에 선수가 의욕을 잃거나, 반대로 자만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지석훈만큼은 예외다. 김 감독은 “지석훈이 지난해 정말 잘해줬다. 중요한 경기에도 자주 활약했고 팀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리 잡은 3루수 자리에 박석민이 오면서 남모르게 속상하고 아쉽기도 할 것 같다”며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다. 감독으로 꼭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석훈은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도약하며 137경기에서 타율 0.267(415타수 111안타) 11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세 자릿수 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NC는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골든글러브 3루수 박석민을 영입했다. 최근 시즌 20~30개 홈런에, 3할 중반 타율,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타자다. 지석훈이 박석민과 주전 3루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석훈의 다재다능한 수비 포지션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지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포지션은 유격수다. 현대와 넥센에서 강정호(피츠버그)와 유격수 주전 경쟁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NC 주전 유격수는 손시헌(36)이다. 140경기나 출전했다. 2010년 이후 5시즌 만에 100경기 이상을 뛰었다. 또한 13홈런으로 NC 장타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0.245의 타율과 실책 13개, 병살타 16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지석훈은 2루수로도 수비가 빼어나다. 그러나 NC 주전 2루수 자리에는 지난해 사실상 출루율 4할(0.399)에 46도루를 기록한 팀 타선의 핵심 테이블세터 박민우(23)가 버티고 있다. 지석훈은 지난해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올 시즌 유격수 터줏대감인 손시헌과 선의의 경쟁구도가 가능하다. 주전이 되지 못하더라도 내야 전 포지션 백업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주전선수의 휴식이 필요할 땐 선발로도 나설 수 있다. 김 감독도 그래서 “지석훈은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매우 뛰어나다. 팀에 꼭 필요한 전력이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