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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원우 감독은 이 고비에서의 첫 머리를 외국인우완 조쉬 린드블럼에게 맡겼다. 린드블럼은 롯데의 개막전 선발을 맡을 만큼 확실한 에이스로 꼽혔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에 비견될 만큼의 팀 마운드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였다. 지난해 210이닝을 소화하며 13승(11패) 방어율 3.56을 기록한 린드블럼에 대한 신뢰는 롯데에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17경기에서 5승8패 방어율 6.25라는 참담한 성적이 났다. 조 감독은 10일 아예 린드블럼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일찌감치 전반기를 종료시켰다. 그 정도로 린드블럼의 상황이 안 좋았다.
그러나 엔트리 제외가 불신임은 아니었다. 에이스를 되살리기 위한 사실상 최후의 방책으로 힐링을 시킨 것이다. 언어가 통하는 크리스 옥스프링 2군 투수코치에게 실질적인 전담코치 임무를 맡겼다. 롯데 주형광 1군 투수코치는 “린드블럼이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든 옥스프링 코치의 도움을 받아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은 마인드의 안정이지만 필요하다면 기술적 변화도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시즌 중 팀 에이스를 2군으로 내려 보내 시간을 두고 개조를 시도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사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불펜요원으로 뛰었다. 이런 투수에게 지난해의 과도한 투구이닝 증가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후유증이 올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린드블럼의 제구력 이상도 결국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관건은 ‘회복이 휴식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쉬어줘야 하는 것인지’였다. 그렇기에 22일 린드블럼의 후반기 첫 등판은 롯데의 행보를 좌우하는 무대였는데 7이닝 1실점(비자책)이라는 좋은 결과가 일단 나왔다. 린드블럼을 앞세워 롯데는 한화에 10-2 대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린드블럼의 직구 최고구속이 149km까지 찍혔고, 주목할 점은 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끌어올린 대목이다. 린드블럼의 팀을 위한 헌신은 이미 검증됐다. 이제 남은 것은 ‘좋은 공을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느냐’였는데 일단은 첫 고비를 넘겼다. 1승 그 자체 이상으로 음미할만한 린드블럼의 역투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