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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억에 남는 건 승자다. 그러나 패자인 NC나 클리블랜드 모두 잘 싸웠다. NC는 비록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1군 진입 4년차 시즌에 거둔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업적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클리블랜드는 68년 만의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전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NC는 12승을 올린 선발 이재학의 합류가 끝내 불발되면서 선발진에 문제가 생겼다. 클리블랜드 역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11승을 거둔 선발 대니 살라자르와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나란히 이탈했다. NC는 LG와의 플레이오프부터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전망에서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NC 스튜어트-해커-최금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한계에 부딪힌 포스트시즌 3선발 체제
선발진에 문제가 생긴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에 ‘3선발 체제’라는 고육지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NC는 시즌 중 선발로 전환해 11승(6구원승 포함)을 올린 최금강의 구위가 좋지 않자 영건 장현식을 깜짝 기용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최금강이 3선발 역할을 수행했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에 선발 5명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막상 포스트시즌에선 고육지책으로 3·4선발 없이 3명밖에 쓸 수 없었다. 신인 좌완투수 라이언 메리트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한 차례 선발등판시킨 것을 제외하면 코리 클루버와 트레버 바우어, 조시 톰린뿐이었다.
믿었던 선발투수들도 결국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NC는 강력한 원투펀치 에릭 해커와 재크 스튜어트가 있었지만, 점점 힘이 부쳤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평소의 배로 힘이 든다고 말한다. 3선발 체제의 맹점으로 2명 모두 한 차례씩 3일 휴식 후 등판을 해야 했고, 3경기씩 등판한 둘은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클리블랜드 역시 3선발 체제의 덫에 걸렸다. 월드시리즈 1·4·7차전에 등판한 에이스 클루버는 “3일 휴식 후 등판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신했지만, 마지막 경기였던 7차전에서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클리블랜드 앤드류 밀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강력한 불펜도 과부하의 덫에, 패러다임이 바뀐다
결국 강력한 선발야구가 정답이었다. 우승팀인 두산이나 컵스는 안정된 4선발 체제가 원동력이 됐다. NC와 클리블랜드 모두 역설적으로 불펜에선 더 큰 강점이 있었지만, 결국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투수들의 경쟁력에 밀렸다.
특히 믿을 수 있는 특정 불펜투수들에 대한 의존은 결국 ‘과부하’를 초래한다. 단기전의 속성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구위가 좋은 원종현, 이민호를 계속 기용했고, 클리블랜드 테리 프랑코나 감독 역시 철벽이었던 앤드류 밀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이는 우승팀인 컵스의 아롤디스 채프먼 역시 마찬가지였고, 팀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이들은 점점 구위가 하락해 막판에 고전했다.
과거 단기전은 벤치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인한 ‘작전’ 등이 빛을 발휘한다고 믿겨졌다. 평소보다 빨리 선발투수를 강판시키고, 불펜을 가동해 끊어가는 운영이 통한다고 보였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패러다임에 균열이 왔다. 단기전에 대처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