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이택근의 50억, 황재균의 88억

입력 2017-11-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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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넥센과 FA 계약을 맺을 당시 이택근. 스포츠동아DB

#2011년 11월, 넥센이 프리에이전트(FA) 이택근 영입을 발표했다. 넥센의 첫 FA 보강이었다. 세상이 더욱 놀란 것은 계약규모(4년 50억원)였다. FA 시세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장석 대표는 이택근의 리더십을 원했다. LG에 넘겨줬던 이택근 재영입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인정이었다. 넥센의 필요성과 논외로 이택근 계약은 ‘역사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FA의 ‘사이즈’가 달라졌다. FA의 몸값이 치솟자 실리를 취한 곳은 결국 넥센이었다. 이택근 이후 넥센은 FA를 팔기만 했다. FA 시장을 키워 구단 재정을 확충하려는 이 대표의 ‘빅 픽처’였다. 불확실한 시장일수록 차익이 커지는 원리는 투자(혹은 투기)의 상식이다. ‘거품도 실거래가에 넣는’ 개념이 스며들었다.

황재균(가운데)이 13일 kt에 입성했다. ‘88억은 과도하다’와 ‘현실적 시장가가 그렇다’는 가치 기준의 충돌 사이에서 황재균과 kt 유태열 사장(왼쪽), 임종택 단장(오른쪽)은 같은 배를 탔다. 사진제공 | kt 위즈



#2017년 11월, kt가 황재균을 영입했다. 4년 총액 88억으로 발표됐다. 이 계약이 ‘역사적’인 것은 야구계가 받아들이는 정서로 체감된다. 최형우(KIA) 100억 계약, 이대호(롯데) 150억 계약 당시와는 또 다른 반응이다. kt가 왜 이 돈을 썼는지 그 필연성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창단 후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또 10등을 하면 4년 연속이 된다. kt로서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 야구계 인사의 해석이다. 황재균이 왔다고 kt가 5강에 들어갈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는 kt 밖에선 거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렇기에 kt는 ‘무모하게’ 지갑을 열었다. 절박하면, 냉철한 판단을 하기 힘든 법이다. 정황상, kt는 황재균과 ‘밀약’이 돼 있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황재균에게 ‘천운’이었다. 시간은 황재균 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복수의 야구계 인사는 “kt가 아니었다면 황재균을 그 금액에 살 구매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황재균의 적정 가치를 측정하는 시선에서 kt 안과 밖의 온도가 달랐다. 이제 kt 프런트는 88억 투자로 팀이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제시해야 할 터다.


#황재균 계약을 바라보는 타 구단들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택근에 이어 ‘황재균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당장 FA 시장엔 김현수, 손아섭 등이 남아있다. 근원적으로 9구단 NC, 10구단 kt의 창단이 기준 자체를 바꿨다. 평균 이상의 선수가 희소할수록 가치는 과열된다. 심지어 황재균의 kt 계약은 사실상 경쟁이 붙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FA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오버페이 논란’마저 무의미해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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