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사원’에서 평범한 삶을 꿈꾸다 회사의 표적이 된 살인청부회사의 지형도 과장 역을 맡은 소지섭.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회사원’에서 소지섭은 영업과장 ‘지형도’ 역을 맡았다. 살인청부회사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라훈’(김동준 분) 때문에 가슴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내기로 결심하는 회사원 역할이다.
소지섭은 “영화가 액션보다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유령’과 영화 ‘회사원’으로 정신없던 1년을 보낸 소지섭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 “사직서 늘 품고 다녀…도망갈 구석 만든다”
이번 영화에서 소지섭은 킬러의 역할보다 ‘회사원’에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패션도 정장과 타이에 신경을 썼다. 또 그는 “영화가 액션보다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더 나았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보이지 않는 직장을 다니는 것 같아요. 더 크고 더 많은 사람과 부딪히는 곳. 우리 역시 눈치도 보고 삶의 규제도 많아요. 영화 속의 권종태(곽도원 분) 같은 사람도 많고… 하하”
그에게도 일반 직장인의 ‘월요병’같은 것이 있을까.
“정확하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있어요. 우리에겐 정확하게 명명된 규칙이나 규율 같은 건 없는데 조절해서 지켜야하는 규칙이나 규율은 없지만 늘 조심하죠.…한마디로 말하면 ‘예민병’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소지섭이 일반인이었다면 “수영 코치가 됐을 것”이라고 단박에 말했다. 지금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 “쉽진 않을 걸요?” 라며 웃는다.
“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직장인들 부러워요. 월급 받는 날짜가 정확하잖아요. 그런데 배우에겐 그런 건 보장돼있지 않으니까요. 무척 잔인한 곳이에요. 답답하긴 하겠지만 편안함을 주는 곳이지 않을까요?”
가슴 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있던 지형도처럼 소지섭도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 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있다. 나 역시 힘들 때 도망가고 싶은 동굴을 만들었다. 사직서처럼.”이라고 답했다.
정말 사직서를 낸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 내가 만약 그런 걸 계획해 둔다면 정말 일을 관둬야 할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 “내 인생을 바꾼 사람은 듀스 멤버 故김성재”
‘라훈’은 ‘지형도’의 인생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지섭에게도 ‘라훈’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제게도 있어요. 듀스의 멤버였던 故 김성재 씨예요. 그 당시 듀스가 모델로 활동했던 청바지 브랜드에서 서브 모델을 뽑았어요. 친구와 테스트를 봤는데 제가 뽑혔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사진 찍은 다음날 김성재 씨가 세상을 떠나고 결국 송승헌 씨와 제가 메인 모델이 됐어요. 그렇게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죠.”
듀스와 같은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소지섭은 “운전할 때 듣는 음악 중 99%가 힙합이다”고 말했다.
“중2 때 처음 힙합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왜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도 많이 들어요. 최신 음악보단 옛날에 들었던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요. 스눕 독, 비기 등을 좋아하죠.”
소지섭은 2011년 ‘픽업라인’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팬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또 사람들에게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며 “일부러 멋지게 접근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촌스럽게 만들었다. 미쳤다는 반응이 재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머릿속으로 어떤 의외성을 줄지 생각하고 있다. 음악이 될지 다른 것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현실에선 상사인 나, 월급날은 유독 빨리와요. 하하”
영화에서는 상사로부터 명령을 받는 직원이지만 현실에서의 소지섭은 직장 상사에 속한다. 그는 “매일 회사에 나가 회사 식구들과 밥을 해 먹는다. 가끔은 내가 밥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주 사무실을 찾아야 대화도 더 많이 나눌 수 있고, 그러면서 더 친해지고….”
그렇다면 소지섭은 회사에서 좋은 상사일까.
“잘 모르겠어요. (카페 위층에 있던 직원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모르겠네요.(웃음) 면접은 다 제가 보고 뽑았어요. 저는 ‘예스맨’을 안 좋아해요. 할 말은 하는 사람이 좋아요. 가끔 서운한 적도 있긴 한데….(웃음) 그래도 불만이 쌓이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요. 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해요.”
잘 생기고 부드러운 상사 소지섭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보통의 상사나 회사 임원들이 겪는 고민과 다를 게 없었다.
“고민? 당연히 있죠. 한 달이 너무 빨리 와요. 월급날요. 하하하. 물론 관리하는 분이 따로 계시지만 엄청 빨리 돌아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월급을 주는 게 아까운 건 아니에요. 저를 위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리고 추석이나 설날 등 챙겨줘야 하는 날들이 꽤 있더라고요.(웃음)”
▶ “사람과 친해지는데 오래 걸려…속까지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정준하”
소지섭은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다. 예전에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던 곳도 휴대폰에 카메라가 붙고 나선 쉽게 다닐 수 없다. 일상이 자유롭지 않다.
“사생활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아요. 만약 일이 생기면 저 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야 하니까요.”
조심스런 사생활 탓에 친한 친구도 많지 않다. 딱 2명이란다. 그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과 정준하 두 사람 뿐이다”고 말했다.
“친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사람들이랑 깊이 친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예전에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경험도 있고… 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꽤 걸리더라고요. 겉으로 친한 사람들은 많은데, 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정준하 두 사람이에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오랫동안 알아 가면 더 친해질 수 있겠죠.”
소지섭은 요즘 후배들이 그렇게 예쁘단다. 소지섭은 ‘회사원’을 함께 한 ‘제국의 아이들’ 동준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연기를 하려는 후배는 예쁘고요. 스타가 되려는 후배는 안 예뻐요. 하하. 동준이는 자기가 배워야 할 점을 종이에 적어 지갑에 넣고 다니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친해지려고 노력중이에요.”
드라마와 영화를 숨 가쁘게 마친 소지섭은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작품을 선택할 생각이다.
소지섭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죽도록 일만 하지 않고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번 영화에서 소지섭은 킬러의 역할보다 ‘회사원’에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패션도 정장과 타이에 신경을 썼다. 또 그는 “영화가 액션보다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더 나았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보이지 않는 직장을 다니는 것 같아요. 더 크고 더 많은 사람과 부딪히는 곳. 우리 역시 눈치도 보고 삶의 규제도 많아요. 영화 속의 권종태(곽도원 분) 같은 사람도 많고… 하하”
그에게도 일반 직장인의 ‘월요병’같은 것이 있을까.
“정확하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있어요. 우리에겐 정확하게 명명된 규칙이나 규율 같은 건 없는데 조절해서 지켜야하는 규칙이나 규율은 없지만 늘 조심하죠.…한마디로 말하면 ‘예민병’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소지섭이 일반인이었다면 “수영 코치가 됐을 것”이라고 단박에 말했다. 지금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 “쉽진 않을 걸요?” 라며 웃는다.
“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직장인들 부러워요. 월급 받는 날짜가 정확하잖아요. 그런데 배우에겐 그런 건 보장돼있지 않으니까요. 무척 잔인한 곳이에요. 답답하긴 하겠지만 편안함을 주는 곳이지 않을까요?”
가슴 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있던 지형도처럼 소지섭도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 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있다. 나 역시 힘들 때 도망가고 싶은 동굴을 만들었다. 사직서처럼.”이라고 답했다.
정말 사직서를 낸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 내가 만약 그런 걸 계획해 둔다면 정말 일을 관둬야 할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배우 소지섭.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내 인생을 바꾼 사람은 듀스 멤버 故김성재”
‘라훈’은 ‘지형도’의 인생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지섭에게도 ‘라훈’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제게도 있어요. 듀스의 멤버였던 故 김성재 씨예요. 그 당시 듀스가 모델로 활동했던 청바지 브랜드에서 서브 모델을 뽑았어요. 친구와 테스트를 봤는데 제가 뽑혔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사진 찍은 다음날 김성재 씨가 세상을 떠나고 결국 송승헌 씨와 제가 메인 모델이 됐어요. 그렇게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죠.”
듀스와 같은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소지섭은 “운전할 때 듣는 음악 중 99%가 힙합이다”고 말했다.
“중2 때 처음 힙합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왜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도 많이 들어요. 최신 음악보단 옛날에 들었던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요. 스눕 독, 비기 등을 좋아하죠.”
소지섭은 2011년 ‘픽업라인’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팬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또 사람들에게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며 “일부러 멋지게 접근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촌스럽게 만들었다. 미쳤다는 반응이 재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머릿속으로 어떤 의외성을 줄지 생각하고 있다. 음악이 될지 다른 것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현실에선 상사인 나, 월급날은 유독 빨리와요. 하하”
영화에서는 상사로부터 명령을 받는 직원이지만 현실에서의 소지섭은 직장 상사에 속한다. 그는 “매일 회사에 나가 회사 식구들과 밥을 해 먹는다. 가끔은 내가 밥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주 사무실을 찾아야 대화도 더 많이 나눌 수 있고, 그러면서 더 친해지고….”
그렇다면 소지섭은 회사에서 좋은 상사일까.
“잘 모르겠어요. (카페 위층에 있던 직원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모르겠네요.(웃음) 면접은 다 제가 보고 뽑았어요. 저는 ‘예스맨’을 안 좋아해요. 할 말은 하는 사람이 좋아요. 가끔 서운한 적도 있긴 한데….(웃음) 그래도 불만이 쌓이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요. 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해요.”
잘 생기고 부드러운 상사 소지섭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보통의 상사나 회사 임원들이 겪는 고민과 다를 게 없었다.
“고민? 당연히 있죠. 한 달이 너무 빨리 와요. 월급날요. 하하하. 물론 관리하는 분이 따로 계시지만 엄청 빨리 돌아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월급을 주는 게 아까운 건 아니에요. 저를 위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리고 추석이나 설날 등 챙겨줘야 하는 날들이 꽤 있더라고요.(웃음)”
▶ “사람과 친해지는데 오래 걸려…속까지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정준하”
소지섭은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다. 예전에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던 곳도 휴대폰에 카메라가 붙고 나선 쉽게 다닐 수 없다. 일상이 자유롭지 않다.
“사생활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아요. 만약 일이 생기면 저 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야 하니까요.”
조심스런 사생활 탓에 친한 친구도 많지 않다. 딱 2명이란다. 그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과 정준하 두 사람 뿐이다”고 말했다.
“친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사람들이랑 깊이 친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예전에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경험도 있고… 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꽤 걸리더라고요. 겉으로 친한 사람들은 많은데, 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송승헌·정준하 두 사람이에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오랫동안 알아 가면 더 친해질 수 있겠죠.”
소지섭은 요즘 후배들이 그렇게 예쁘단다. 소지섭은 ‘회사원’을 함께 한 ‘제국의 아이들’ 동준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연기를 하려는 후배는 예쁘고요. 스타가 되려는 후배는 안 예뻐요. 하하. 동준이는 자기가 배워야 할 점을 종이에 적어 지갑에 넣고 다니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친해지려고 노력중이에요.”
드라마와 영화를 숨 가쁘게 마친 소지섭은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작품을 선택할 생각이다.
소지섭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죽도록 일만 하지 않고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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