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범키 “‘미친연애’로 10년 무명 설움 청산하고 ‘눈물범벅’”

입력 2013-07-26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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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발매 전 핵폭탄이 터져서 새빨간 불더미에 타죽는 꿈을 꿨어요.”

꿈이 현실이 됐다.

범키(Bumkey. 본명 권기범· 29)는 자신의 꿈처럼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힙합이 가요계 변방에서 트랜드의 중심으로 대이동 하며 그의 음악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년 만에 무명시절을 청산했다”는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신곡 ‘미친연애’로 단숨에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가수 범키는 힙합신에서 이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 대중의 반응이 좋다는 게 가장 기뻐요. 그동안 대중성을 고려해 알음알음 곡에 변화를 줬지만, 이젠 고민할 필요 없이 ‘원하는 음악을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이 생겼죠. 이 노래로 ‘나쁜 연애’를 하는 ‘나쁜 여자’들에게 돌직구를 던지고 싶었어요.”

범키는 지난 6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미친연애’로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대중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미친연애’는 탱고 리듬이 가미된 힙합 알앤비 곡으로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함께 작곡하고 전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와 프로듀셔 겸 가수 자이언티가 각각 랩 피처링과 코러스에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나쁜 여자에 빠진 남성이 여자에게서 벗어나려 애쓰는 마음이 범키의 음색과 잘 어우러져 있다.

“이센스는 랩도 잘하지만 감정표현이 매우 좋아요. 노래를 듣는 순간 이센스 말고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곡의 시작을 함께해준 프라이머리 형과 이센스, 셋의 조화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바빠요. 참 좋네요.”


범키는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음원 발표 직후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MBC ‘쇼!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에서 1위 후보에 올랐다. 음원 역시 발표와 함께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발매 8주차인 현재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그가 피처링에 참여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버벌진트의 신곡 ‘비범벅’ 역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혜성처럼 나타나 ‘미친 실력’을 뽐낸 범키는 프라이머리, 에픽하이, 슈프림팀, 다이나믹듀오 등과 작업하며 이름보다 목소리를 먼저 대중에게 알렸다.

아울러 범키는 지난 1월, 인피니트 H의 ‘스페셜 걸’(Special Girl) 보컬 참여해 10대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이 밖에도 배우 장근석이 결성한 팀에이치의 곡 ‘파티 투나잇’(Party Tonight)을 작사 작곡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미친연애’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10년 무명시절 청산 “드디어 빛 봤다”

그는 가족을 따라 199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민을 갔다가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2004년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10년간 힙합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2005년 우연히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 오디션 공고를 보고 당시 나얼, 다이나믹듀오가 속해 있던 갑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계약도 했지만 앨범 한 장을 내지 못한 채 2008년 말 회사를 나와야 했다. 이듬해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2010년에 TBNY의 톱밥과 함께 투윈스(2wins)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지만 이마저도 2011년 회사와 계약이 해지되며 자연스레 해체됐다. 이후 지난해 래퍼 라이머가 대표로 있는 브랜뉴뮤직과 계약하고 ‘미친연애’를 발표했던 것.

‘미친연애’는 지난 2월 이미 완성돼 있었다. 발매 타이밍을 두고 고민하던 중 이효리와 투애니원 씨엘이 ‘나쁜 여자’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왔고, 범키도 때를 놓치지 않았다. 음원 발매 3일 전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곡이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현실적인 가사, 범키의 음색과 가창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리 형이 틀을 잡아 놓은 곡이었는데 듣고 맘에 들어 받아 왔죠. 무엇보다 곡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어요. 가져와서 기존 가이드를 제외하고 새롭게 만들어 봤어요. 대중이 곡을 어렵게 받아들일까 봐 걱정했지만, 발표해 보니 그건 걱정일 뿐이었더라고요.”

범키는 이 앨범을 발매하기 전까지 “수많은 국내 뮤지션과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과의 교류가 없었다면 ‘미친연애’라는 노래가 안 나왔을 것 같다”며 “무대에 서지 못할 때부터 만날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봤다. 그 시간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범키는 음악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한 행복한 삶과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자 기쁨이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미친연애’에 대박에 ‘눈물범벅’

범키는 자신의 음악에 있어 “노래 자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귀띔했다. 알앤비 보컬을 선호하는 이유도 같은 리듬도 부르는 사람에 있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고 리듬을 쪼개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부르는 재미까지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소속사 선배이기도 했던 나얼, 다이나믹듀오가 그의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래만 부를 줄 알던 그가 가사를 쓰고 작곡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선배들의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며 어깨너머로 시작한 작사 작곡이 ‘미친연애’를 통해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범키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잘하는 음악,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한 음악 등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음악적 방황도 많이 했다.

“초창기 때의 저는 타협을 많이 했어요. 음악은 물론이고 소속사와 스태프들, 나 자신과도 타협해야 했죠. 자연스레 처음 의도했던 음악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죠.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때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범키는 그 자신감을 토대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꿈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일단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해서 인정을 받고 싶다”며 “어려서부터 해외에 나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내 개성이 확실하게 묻어 있는 음악으로 언젠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꿈을 소개했다.

범키는 오래오래 무대에 서고 싶어 했다. 비록 대중이 그의 얼굴 못 알아보더라도 목소리와 음악으로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범키는 오는 8월 말 새 싱글을 발매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래퍼 칸토 등과 함께 트로이라는 팀으로 음악 팬들을 계획이다.

“‘미친연애’ 발매 전 핵폭탄이 터져 뜨거운 불더미에 타죽는 꿈을 꿨어요. 얼마 전 작업실에소 녹음을 하다 헤드폰에서 정체불명의 귀신 목소리도 들었고요. ‘대박’ 징조라고 하더라고요. 다음 앨범도 잘 되겠죠? (웃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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