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영화 속 장면이 담은 의미를 전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는 영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공식 포토콜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영화 속 ‘버닝’ 신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종수의 유년시절 비닐하우스가 불타는 장면과 벤의 포르쉐가 불타는 장면을 말하는 것.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비닐하우스는 한국 농업사회에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먼저 유년 시절 종수가 바라보는 불타오르는 비닐하우스 장면은 본인 자체가 타오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포르쉐가 불타는 장면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대한민국 서울의 가장 고급진 동네에 사는 ‘위대한 개츠비’ 같은 인물을 분노로 불태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 자신의 공간이 불타오르는 것과 분노의 대상을 불태우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 속에는 많은 사회적인 코드, 경제적인 코드, 젊은이, 예술, 문학, 영화들의 내용들이 숨겨져 있지만,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관객들도 단순한 스릴러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을 아래 펼쳐지는 전종서의 댄스 신에도 언급됐다. 극 중 전종서가 웃옷을 벗어 던진 후 그레이트 헝거의 댄스를 추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 이창동 감독은 “표면적으로 ‘버닝’은 마음에 분노를 품은 무기력한 남자와 스스로 신처럼 생각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대결로 보여진다”며 “두 남자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나가려는 한 여자가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는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남산타워 아래 해미의 집에 대해서는 “남산타워는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지 않나. 해미는 그 밑에서 살고 있고 타워의 빛이 반사되는 좁은 방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바라보는 상징적인 공간과 대비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서 종수가 자위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현대사회의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다”며 “결국 종수가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 내용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국내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17일 국내 개봉한 ‘버닝’은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을 알렸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