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커튼콜] '싱어송라이터'박지윤의은은한매력

입력 2009-07-03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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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콘서트 장면.

박지윤 콘서트 장면.

“오늘 여러분께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가수 박지윤은 4월 발표된 7집 수록곡 ‘봄, 여름 그 사이’와 ‘4월16일’ 두 곡을 연이어 부른 후 그렇게 말했다. 이는 일본 만화가 야자와 아이의 작품 ‘나나’ 속에 나오는 대사. 주인공이 처음으로 도쿄에 와서 두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거리공연을 벌이기 직전에 한 말이다.

야자와 아이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박지윤은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드리겠다”는 대사를 자신의 첫 공연 첫 관객들에게 각오삼아 들려줬다. 그리고 나머지 20곡을 불렀다.

7집에 수록된 8곡은 모두 CD의 따뜻했던 사운드 그대로 무대에서 구현됐지만, 록 버전의 ‘성인식’, 보사노바로 듣는 ‘소중한 사랑’, 재즈풍의 ‘스틸 어웨이’, 기타 독주 속에 애절하게 부르는 ‘가버려’, 세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찰랑거리는 반주의 ‘아무것도 몰라요’ 등 그녀의 옛 히트곡은 아주 새롭게 태어났다.

화사한 조명을 뒤로하고 직접 기타를 치며 들려준 ‘이프 유 원트 미’(영화 ‘원스’OST)와 ‘클로스 투 유’(카펜터스)는 로맨틱했고, ‘아이 리멤버’(데미안 라이스) ‘괜찮아요’ ‘바래진 기억에’는 이별 후 남겨진 것들에 대한 회한이 실감났다. 관객은 잔잔한 감동에 따뜻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아련한 추억에 미소를 지었다.

7월2일 오후 8시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박지윤의 첫 단독 콘서트 ‘다시 첫 번째, 그리고 그날들’은 긴 여운을 남겼다. 대형 그랜드 피아노와 드럼, 두 대의 기타와 한 대의 베이스 그리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코러스도 댄서도 특수효과도 없이 오직 악기로만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린 공연은 그녀에게 덧씌워진 ‘아이들 댄스가수’의 껍질을 말끔히 벗겨줬고,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이 오롯이 드러나게 해줬다.
박지윤 콘서트 장면.

박지윤 콘서트 장면.


박지윤은 공연의 중간, ‘성인식’을 부르기에 앞서 담담히 그 당시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성인식’은 참 많은 것을 준 노래에요. 몸치인 내게 ‘섹시가수’ ‘웨이브 댄스가수’라는 수식어를 줬고, 많은 상처도 줬죠. 사람들의 이야기에 상처를 받았고, 말이 무섭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말을 안해야지, 굳이 해야 하나?’하며 안으로 담고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들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앙코르는 그녀의 1997년 데뷔곡 ‘하늘색 꿈’이었다. 박지윤은 13년 전이 떠오른 듯 화사한 미소로 맑은 목소리를 뽐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박지윤의 공연에 겁도 없이 와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하고는 애절하고 슬픈 발라드 넘버 ‘환상’을 부르며 2시간 동안 이어진 첫 공연을 끝냈다. 박지윤의 ‘다시 첫 번째, 그리고 그날들’은 5일까지 이어진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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