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루스텐버그 고도 진실
한국대표팀의 남아공 전지훈련에 동행하고 있는 취재진의 식사자리에서 루스텐버그의 고도 얘기가 나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지식은 해발 1250m.모르면 간첩이었다. 이 높이가 사실로 굳어진 지는 꽤 된다.지난 해 6월 루스텐버그에 월드컵 캠프를 정하면서 1250m라는 숫자가 흘러나왔고, 이후는 변할 수 없는 진리로 굳어졌다. 어느 누군가가 처음으로 고도 얘기를 했고, 그것이 정설처럼 몇 개월간 내려온 것이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다.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표팀이 남아공에 적응훈련을 오면서 고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고지대에서 뛴 선수들은 힘들어했고,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새로운 공인구 자블라니가 고지대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으면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 와보니 현지인들은 1250m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알고 있는 교민도 드물었다.
이런 와중에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는 루스텐버그를 소개하면서 고도(Altitude)를 1500m로 표기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월드컵을 주최하는 FIFA가 개최 도시의 고도를 잘못 쓸 리는 없다. 그래서 ‘1250m의 미스터리’가 생긴 것이다. FIFA 뿐만 아니라 남아공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발간하는 잡지 케 나코(KE NAKO)에도 루스텐버그의 지역 정보를 소개하면서 고도를 1500m로 표시하고 있다. 남아공 현지에서 발간하는 잡지이기에 신빙성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정이 필요하다.
루스텐버그의 정확한 고도는 1250m가 아니라 1500m이다.
최근 일부에서 고도 500m 차이는 경기력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주장의 핵심은 한국이 경기를 치를(아르헨티나와의 2차전) 요하네스버그와 고도 차이가 500m 이상 나는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는 것이 과연 효율성이 있느냐이다. FIFA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는 1753m이다. 국내에 알려진 고도만 놓고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충분히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 그런데 숫자 자체가 엉터리라면 주장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도 차이는 불과 200여m이기 때문이다.
FIFA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 문제 제기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현지 상황 파악이다.어림짐작으로 해서 얻어낸 정보를 갖고 월드컵 16강을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무성의한 대책이 빚은 해프닝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한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