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의 머릿속에는 온통 남아공월드컵 뿐이다.
눈앞에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가 있지만 그는 “월드컵에서 상대할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고민하는 허 감독이 말하는 16강 진출을 위한 다양한 변수들을 짚어봤다.
●골키퍼의 활약
허 감독은 골키퍼의 활약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역대 원정월드컵에서 한 번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축구가 2002·2006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골키퍼의 약점으로 많은 실점을 하며 예선 탈락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골키퍼가 얼마나 해주느냐가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표팀에는 이운재(수원)가 경험과 안정된 방어로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고지대 적응
허 감독은 86년 고지대에서 열린 멕시코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1무2패로 16강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허 감독은 “1500~2000m 정도 고지대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힘들었다. 당시에도 미국 콜로라도 등에서 고지대를 대비해 전훈 등을 했지만 막상 현지로 들어가니 미국에서 훈련했던 것과 또 다른 차이가 있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도 멕시코와 비슷한 고지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이 본선에 나서는 32개 팀들에게 많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전 공백의 최소화
한국처럼 선발 선수들과 교체 멤버 사이에 전력차가 심한 팀은 이를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한국은 공격의 핵으로 불리는 박지성(맨유),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턴) 등이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월드컵 본선 경기에 1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하면 전력에 큰 누수가 발생한다. 허 감독은 더블 포지션이닝을 통해서 이들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대타를 준비해 놓고, 핵심 멤버들과 백업 선수간의 기량차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데렐라의 등장
허 감독은 “포항이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예상치 못했던 선수들이 나와 골을 넣어줬기에 가능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기대이상으로 역할을 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의 핵심을 이루며 기대했던 선수들이 제몫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대회일수록 상대팀이 예상 못한 선수 중에 시쳇말로 ‘미치는 주인공’이 나온다면 승부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르베야(스페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