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가 벌어지는 골프장에 가면 선수의 인기도를 단박에 알 수 있다. 갤러리의 수가 곧바로 선수의 인기로 나타난다.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는 구름 떼 갤러리를 몰고 다닌다. 우즈의 대회 출전여부에 따라 갤러리, 시청률이 좌우되는 게 PGA 투어의 현실이다.
기자는 지난 주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노던트러스트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LA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PGA 투어 공식대회다. 노던트러스트 오픈은 올해 NBA LA 레이커스의 레전더리이며 현역 시절 ‘미스터 클러치’로 통했던 제리 웨스트(72)를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해 대회 흥행몰이를 했다.
올해는 우즈의 불참했고 2라운드에 폭우가 내리면서 일기가 좋지 않았던 데다 최종 라운드 때는 미국 최대 이벤트 슈퍼볼과 일정이 겹쳐 예년에 비해 갤러리들이 적었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닌 선수는 단연 필 미켈슨이었다. 대회 3연패를 노렸던 미켈슨은 3라운드에서 어니 엘스와 한 조가 돼 황금의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그러나 웨지 그루브 시비에 휘말렸던 탓인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토리파인스에서 벌어졌던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이어 이번 노던트러스트 대회에서도 최종일에 부진을 면치 못해 톱10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미켈슨에 이어 많은 갤러리가 따라다닌 선수가 앤서니 김(25)이다. 앤서니의 인기는 대회 이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나타났다.
지난 2일(한국시간) NBC 방송의 프로그램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해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에게 골프를 한 수 지도하기도 했다. LA 데일리뉴스는 칼럼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 복장, 당돌한 행동의 앤서니를 크게 다룬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팜스프링스 인근 라킨타 고등학교를 나온 앤서니가 지난달 이곳에서 벌어진 봅호프 클래식에 불참하고 유럽피언투어인 아부다비 챔피언십에 출전해 비난이 일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앤서니는 3라운드 때 일본의 골프신동 이시카와 료와 한 조가 돼 라운드를 했다. 앤서니 팬에 이시카와의 팬까지 겹쳐 수백명의 갤러리들이 따라 다녔다. 게다가 50여명이 넘는 일본 취재진들이 곳곳에 포진해 메이저대회를 방불케했다. ‘AK(이름의 이니셜)’로 통하는 앤서니는 올해부터 나이키 골프 광고에도 출연하고 있다. 어린 나이이지만 지난 2008년 PGA 투어 2승을 거두고 미국-유럽의 국가대항전 라이더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인정받은 셈이다.
현재 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세 미만의 미국인 가운데 통산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앤서니를 비롯해 J B 홈스, 션 오헤어, 닉 와트니 등 6명에 불과하다. PGA 1승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무관에 그쳤던 앤서니는 많은 것을 배웠고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3라운드 14번홀까지 9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달라진 앤서니로 보였다. 그러나 최종일 주말골퍼나 다름없는 7오버파로 무너지며 합계 이븐으로 마쳐 실망을 안겼다. 그의 당돌함이 올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LA | 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