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퍼거슨과 8인의 영웅들

입력 2010-03-30 17: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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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뒷심이 무섭다. 지난달 칼링컵 트로피를 손에 넣은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에도 도전하며 트레블(3관왕) 가능성을 서서히 높이고 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맨유 담당 기자 제임스 롭슨은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퍼거슨 감독에게는 팀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8명의 선봉장이 있어 더 든든하다”고 했다. 그가 꼽은 8인의 영웅은 웨인 루니,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에드윈 판 데 사르, 파트리스 에브라, 대런 플레처, 안토니오 발렌시아 그리고 박지성이다.

●초반 부진 이겨낸 맨유의 뒷심

맨유는 항상 시즌 초반 부진해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었다. 버밍엄 시티와의 시즌 개막전에 앞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던 팬들 역시 “우리는 역사적으로 슬로우 스타터였다. 그래서 개막전은 늘 초조하다”며 걱정할 정도였다.

맨유는 홈구장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2부에서 승격한 버밍엄시티에게 고전하며 1-0 진땀승을 거뒀다.

맨유는 이번 시즌 스타트가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난히 고비가 많았다.

공격의 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빈자리가 커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선수들의 부상이 겹쳐 한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시 한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이번 시즌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는 수문장 판 데 사르를 비롯해 퍼디난드, 비디치, 박지성, 긱스 등으로 모두 맨유의 주축이었다.

이 때문인지 FA컵 64강에서 3부 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맨유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시즌 중반까지 첼시에 줄곧 내줬던 프리미어리그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세리에A의 강호 AC밀란과의 챔스리그 16강전에서는 1,2차전 합계 7-2라는 대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 맨유에게 유난히도 고됐지만 판 데 사르와 퍼디난드, 비디치, 플레쳐, 루니는 맨유의 척추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잘 이끌었다. 에브라와 박지성, 발렌시아 역시 퍼거슨의 라인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롭슨은 맨유를 지켜낸 8인의 영웅을 꼽았다.

매끄러운 패스로 공수전환에 큰 역할을 수행하는 마이클 캐릭과, 부상에서 돌아온 ‘레전드’ 라이언 긱스,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폴 스콜스와 게리 네빌 역시 시즌 막바지 퍼거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롭슨은 “맨유가 이제 본래 강팀의 면모를 다시 되찾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며 프리미어리그의 선두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첼시와 아스널과 비교해서도 이미 1위 자리에 올라선 맨유가 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에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트레블 달성 앞으로 2주가 가장 큰 고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31일)과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4월 3일)가 열리는 앞으로의 2주가 가장 큰 고비다.

하지만 현재 맨유는 공수 양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어 있다.

다만 퍼거슨 감독이 짧은 기간 동안 큰 경기들을 연이어 펼쳐야 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지휘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퍼거슨 감독은 그간 큰 게임에서 루니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4-3-2-1 포메이션을 선호해왔다.

뮌헨과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포메이션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8인의 영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박지성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롭슨은 “박지성이 그간 미드필드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고, 섀도 스트라이커로도 손색없다”며 박지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뤄낸다면 잉글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4연패 라는 위업을 달성한다.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창간 특집 인터뷰에서 “더 많은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은 것은 이 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드는 생각이다. 이번에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기록하면 역사에 남을 만한 굉장한 일이다”고 했던 박지성에게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퍼거슨 감독은 70~80년대 리버풀의 시대를 만들었던 위대한 감독 밥 페이슬리가 보유한 3개의 유러피언 컵 트로피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박지성을 비롯한 8인의 맨유 영웅들이 퍼거슨 감독과 함께 팀과 잉글랜드 클럽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맨체스터(잉글랜드)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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