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스포츠동아DB
개막전 패전 딛고 구원승 감격
“찬호는 양키스의 큰자산” 극찬
박찬호(37)의 뉴욕 양키스 데뷔전은 스스로 희망했던 것과 달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두 번째 등판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잘 풀렸다.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동점 홈런을 얻어맞고 패전 투수가 된 지 이틀 후, 박찬호는 8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양키스의 릴리프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회복을 알렸다. 양키스의 3-1 승리. 박찬호는 “모든 게임, 모든 순간, 모든 공, 모든 타자가 다 중요하다”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날은 실패할 것이고 어떤 날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은 7일 박찬호를 벤치에 앉혀뒀다. 박찬호가 휴식일인 6일에 감기 증상과 배탈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일 알프레도 아세베스에게 2이닝을 던지게 한 후, 이 날은 7회 1-1 상황에서 좌완 선발 앤디 페티트의 뒤를 잇는 투수로 박찬호를 선택했다. 당초 계획은 박찬호가 2이닝을 공 35∼40개 정도로 막아주는 것. 그런데 박찬호는 훨씬 더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3이닝을 공 36개로 끝낸 것이다. 지라디 감독은 “박찬호는 전날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아 쉬게 했지만, 오늘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처럼 훌륭한 투구를 보여줬다”면서 “마침 우리 불펜이 바닥난 상태였는데 박찬호 덕분에 다시 강화됐다”고 칭찬했다.
박찬호는 7회 마크 스쿠타로, 제이코비 엘스버리, 페드로이아를 연이어 플라이볼로 잡아냈다. 또 8회에는 빅터 마르티네스를 2루 땅볼, 케빈 유킬리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막은 뒤 데이비드 오티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 그게 내가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자신의 투구를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은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가 잘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은 9회 양키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애드리언 벨트레와 마이크 카메론이 순간적으로 홈런처럼 보이는 큼직한 타구를 때려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다 담장까지 뻗지 못하고 외야수 글러브에 잡혔다. 박찬호는 또 한 번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오늘 박찬호의 투구는 정말 멋졌다”면서 “공 하나하나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멋진 리듬을 갖고 있었다.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커티스 그랜더슨은 바로 다음 이닝(연장 10회)에서 보스턴 마무리 조나단 파펠본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양키스에게 승리를, 그리고 박찬호에게 양키스 선수로서 첫 승을 안기는 홈런이었다. 박찬호는 “정말, 진짜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마크 페인샌드
뉴욕 출생으로 10년간 여러 매체에서 뉴욕 양키스 담당 기자로 일해왔다. 뉴욕데일리 뉴스에서는 4년 째 양키스를 담당 중. 부인, 두 아들과 함께 뉴저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