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실시되는 남자 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 관심은 박철우(25·현대캐피탈)의 행보다. 보기 드문 ‘왼손잡이 라이트’에 외국인선수 급의 기량을 갖췄고, 동갑내기 여자친구 신혜인은 라이벌 팀(삼성화재) 사령탑(신치용 감독)의 딸이어서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끌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시즌을 마치고 휴식 중인 박철우를 만났다.
●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예상대로(?) 박철우는 거취와 관련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잔류든 이적이든 선택 기준은 엿볼 수 있었다. 기량에 걸 맞는 좋은 대우,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팀. 그는 “주변 상황이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 하겠다”며 3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신혜인과 좋은 감정이 싹 틀 무렵, 주위시선 때문에 섣불리 사귀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신혜인 역시 좋은 감정을 갖고도 의도적으로 그를 밀어냈다. 오랜 고민 끝에 말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주변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
박철우는 “(신)혜인이가 이 말에 나를 신뢰하게 됐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기준에 가장 맞는 쪽으로 결정하겠다. 정치적인 상황 같은 것은 따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한계를 넘어서다
‘삼성화재에 유독 약하다?’
박철우가 자주 들으면서도 가장 듣기 싫은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에도 접전 끝에 삼성화재에 패했다. 챔프전을 앞두고 같은 포지션의 헤르난데스가 영입된 뒤 경기 전날 밤까지도 개인훈련으로 스스로를 독하게 다스렸던 박철우는 매 경기 신들린 강타를 선보였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주변의 선입견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놓쳤어요. 동료들과 감독님께 미안할 뿐이죠.”
그러나 아직 포기는 이르다. 그는 “이번 챔프전을 통해 내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로미오-줄리엣? 결말은 다를 것
박철우-신혜인 커플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은 비극적이지 않냐”고 쿡 찌르자 “그 책을 끝까지 안 봐서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어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면서도 “라이벌 팀의 남녀 사랑이야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우리 사이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결혼은?” “스물여덟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 나이에 결혼하려고 했어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