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에 달하는 주파수 경매,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입력 2011-08-29 10: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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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KT와 SKT 두 이통사의 1.8GHz 주파수 경매 입찰금액이 어느덧 1조 원을 넘보고 있다. 경매 시작일인 17일에 시작가 4,455억 원에서 466억 원 오른 4,921억 원으로 가더니, 18일 5,437억 원, 19일 6,005억 원, 22일 6,633억 원, 23일 7,327억 원, 24일 8,093억 원을 거쳐 25일 8,941억 원까지 올랐다. 26일, 경매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9,950억 원까지 오른 상태로 29일 다시 진행하게 된다(KT의 1차 유예신청이 있었다). 결국 1조 원이 넘는 금액이 되는 셈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동시오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시오름 방식은 경매 참여 업체들이 금액을 써서 제출하고, 상대보다 적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포기할 때까지 계속하는 방식이다. 즉, 경매에 참여한 KT, SKT가 금액을 적어낸 후 상대보다 적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포기할 때까지 계속 이어지게 된다. 경매는 하루에 총 10라운드로 치러지고 적게 써낸 업체가 지난 입찰가의 1% 이상을 올리면 다음 라운드가 다시 진행된다. 속된 말로 어느 한 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계속된다고 보면 된다.

KT와 SKT는 이번 1.8GHz 주파수 경매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LTE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 KT와 SKT가 대체 왜 1.8GHz에 목을 메고 있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보자.


경매로 나온 2.1GHz, 1.8GHz, 800MHz 주파수의 의미


KT와 SKT가 이번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이유는 앞으로 진행할 LTE 서비스 때문이다. 이미 LTE 서비스의 황금주파수라고 불리는 2.1GHz는 LG U+ 단독 입찰로 끝났기 때문에, 두 이통사가 참여할 수 있는 주파수는 1.8GHz와 800MHz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LG U+ 황금주파수 관련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6151/). 남아 있는 두 주파수 중 유독 1.8GHz에 두 이통사가 올인하는 이유는 보다 더 원활하게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GHz 주파수는 2.1GHz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그래도 LTE 서비스를 하기에 유용하다. 우선 남아있는 800MHz 주파수보다 데이터 전송이 더 빠르며, 해외 여러 국가에서 1.8GHz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말기 수급이 쉽고 로밍 등의 서비스도 원활히 할 수 있다. 2.1GHz를 제외하면 1.8GHz가 황금주파수인 셈이다. 그리고 현재 KT와 SKT가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도 1.8GHz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먼저 아래 표를 보도록 하자.


이번에 LG U+는 2.1GHz 주파수 20MHz 대역에 단독으로 입찰해 확보했기 때문에 향후 LTE 서비스에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제 KT와 SKT를 보자. KT와 SKT 모두 2.1GHz에 각각 40MHz와 60MHz 대역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기에 3G 서비스를 하고 있어 여유 공간이 없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보급 이후, 통화 끊김 현상 등이 발생할 정도로 3G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LTE 서비스를 2.1GHz에서 사용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 그래서 두 이통사는 이번 1.8GHz를 할당 받아 LTE 서비스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표를 보면 KT는 이미 1.8GHz 주파수 대역에 20MHz 대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KT는 이 대역에서 2G 서비스를 하고 있다. KT는 이번 경매로 나온 1.8GHz 주파수의 20MHz 대역을 확보, 광대역 서비스를 실시해 타 경쟁사보다 서비스 품질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2G 사용자의 원활한 3G 전환(2G 서비스 종료)이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이 따르지만(요즘 이 문제로 KT는 골머리가 깊다).

문제는 SKT다. SKT는 현재 1.8GHz 주파수에 확보한 대역이 없다. 그렇다고 LTE 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난 7월 1일부터 800MHz 주파수의 30MHz 대역 중 10MHz를 LTE 서비스로 전환한 상태다(LG U+는 같은 주파수에 20MHz 대역폭으로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여기에 2.1GHz 주파수의 20MHz도 LTE 서비스에 추가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1.8GHz 주파수 경매에 KT보다 SKT가 더 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파수 경매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경매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처음 경매가 진행되기 이전에는 8천억 원에서 1조 원 사이에서 결정이 날 것이라고 했지만, 벌써 예상을 훌쩍 넘은 상태다. 과거 2000년 초에 2.1GHz 주파수를 1조 3천억 원에 할당한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그 즈음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라는 예상만 나오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0년 유럽에서 진행되었던 주파수 경매 사례를 보자. 영국에서는 최저 가격인 1.8억 유로보다 54배 증가한 98억 유로에 결정되었고, 독일에서는 최저 가격 1억 유로로 시작한 경매가 84배 증가한 84억 유로로 결정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이런 낙찰 가격에 주파수를 가져간 이동통신사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주파수를 반납,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라고 언급하곤 한다.

국내 주파수 경매도 이와 같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칫 잘못 하면 KT, SKT도 승자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이번에 주파수를 낙찰 받은 업체는 올해 말까지 낙찰 금액의 1/4를 내고, 나머지 금액을 10년에 걸쳐 납부해야 한다. 만약 1조 원에 낙찰을 받게 되면 연말까지 2,500억 원을 내고, 나머지 7,500억 원은 2012년까지 매년 750억 원을 내야만 한다. 물론, 두 이통사의 한 해 홍보 비용이 약 2조 원에 달할 정도라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계속 ‘치킨 게임’을 이어간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대체 책임은 누가 지는가

경매 8일차로 접어든 26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KT가 입찰을 하지 않고 유예 신청을 하며 9,950억 원에서 마감이 되었다. 유예는 해당 라운드에서 입찰을 하지 않고 미루는 제도로 각 업체마다 총 두 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연속 유예는 불가능하다. 오는 29일 오전 9시에 재개되는 경매 라운드에서 KT는 계속 경매를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29일 경매가 끝나건 계속되건, 결국 중요한 것은 ‘경매 낙찰 금액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하는 문제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하나다. 바로 통신료 또는 기본 요금의 인상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이미 크게 증가한 상태다. 과거 일반 휴대폰 요금을 2~3만 원 정도 내던 사용자라면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대략 1~2만 원 정도 더 내고 있다. 각 이통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기준인 55,000원으로 바꾸는 사용자도 대다수다. 알게 모르게 통신비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이렇게 통신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파수 경매 후 이보다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높은 낙찰가로 경매가 끝나더라도 당장은 갑작스런 통신료나 기본 요금의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2.1GHz를 비교적 저렴한 4,455억 원에 낙찰 받은 LG U+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얼마 전, 방통위는 통신사에 대해 기본료 1,000원 인하를 요구해 SKT가 받아들였고, KT도 10월 1일부터 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문제는 LTE 서비스 이후다. 본격적인 LTE 서비스가 시작되는 내년, 전국적으로 커버리지가 넓어지면 각 이통사의 요금 정책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주파수 경매 낙찰로 인한 출혈 이외에도 이미 천문학적인 액수의 통신망 구축 비용이 들어간 상태다. 그리고 기존 3G 보다 7배 정도 더 빠른 LTE 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좀더 높은 요금을 책정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일반 사용자는 갈수록 늘어만 가는 통신료가 부담이다.

아직 주파수 경매는 끝나지 않았다. 마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나무 다리 혈투를 보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높아지는 경매 금액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KT와 SKT의 이번 출혈 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이후에 업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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