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신하균 선배 눈빛 보며 연기 공부했다”

입력 2011-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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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작품복이 많은 배우처럼 보이지만 신세경은 한창 자신의 열정을 작품에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뿌리 깊은 나무’ 신세경, 그의 연기와 삶

‘뿌나’ 재방송으로 모니터링 “더 잘 할걸” 아쉬움 더 커
말 못하는 소이의 롤모델은 ‘복수는 나의 것’ 신하균 선배
더 디테일한 건 현장에서 배우며 채웠죠


“제 문제점이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는 것은 연기자로서 큰 행복이다. 신세경은 이런 점에서 동료들이 부러워할 행운을 타고 났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더니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선덕여왕’, ‘토지’까지 더하면 그의 작품 복은 남다르다.

어지간하면 히트작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조금 우쭐해질 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이번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더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보람도 있지만 아쉬움이 커요. 요즘 재방송을 볼 때마다 ‘이게 문제구나, 저게 잘못됐구나’라고 느끼는 게 많아요. 연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욕심도 나지만, 욕심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저 때문에 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드라마의 빈틈을 보여줄까봐 걱정인 거죠.”

‘뿌리 깊은 나무’에서 신세경이 맡은 궁녀 소이는 기존 사극에 등장했던 궁녀와는 무척 다른 캐릭터였다. 단순히 주인공들의 주변에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닌, 그 자신이 드라마의 중요한 사건과 반전의 열쇠였다. 무엇보다 소이는 드라마에서 밀본과 세종 사이에서 한글 창제를 두고 벌어지는 팽팽한 대결의 핵심인 ‘해례’였다.

신세경의 연기 경력에 비해 사실 버거울 수 있는 역할. 더구나 그런 역할을 또래 연기자도 아닌, 저마다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선배 한석규, 윤제문, 장혁 등과 호흡을 맞추어야 했다. 하지만 신세경은 기대 이상으로 선배들과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중요한 역을 주실 줄은 몰랐어요. 설정 하나 하나가 제겐 부담이었죠. 사실 사극에서 여주인공이나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이고 강한 의지가 없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소이에게 그런 강함을 부여하셨으니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 ‘복수는 나의 것’ 신하균 눈빛 연기 보며 공부

신세경은 실어증에 걸렸다는 설정에 따라 다른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보다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했다. 대사로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보니 모든 감정과 의사를 눈빛과 표정으로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기 위해서 촬영 시작 전 신하균 선배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다시 찾아봤어요. 말을 못 하는 설정이라도 캐릭터의 성격과 처해진 상황이 달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더라고요. 작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촬영했어요.”

신세경은 드라마에서 유독 세종(한석규), 강채윤(장혁)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도움도 받았다.

“한석규 선배님은 대본에 써있는 것 이상으로 보여주세요. 제가 고민하고 연구해서 가면 리액션으로 더 참신하게 만들어주시기도 하고요. 항상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주시죠. 장혁 선배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는 분이에요. 옆에 있는 저도 느낄 정도에요. 두 분과 호흡을 맞출 때 제가 불협화음이 나지 않게 긴장 많이 했어요.“

신세경은 ‘뿌리 깊은 나무’ 촬영장에서 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연기자 가운데 가장 막내고 여자여서 두 선배의 배려를 듬뿍 받았다. “두 분 다 굉장히 신사에요. 촬영 일정이 무척 빡빡하고 힘들어 예민해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한번도 역정을 내거나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면 짜증을 내기도 하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두 선배가 있어서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로 끝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시간 내서 틈틈이 고기도 많이 사주셨죠. 하하하”

그러고보면 신세경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석규, 송강호 등 유독 나이 차이가 많은 연기자와 자주 호흡을 맞췄다. 그보다 다섯 살 많았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이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상대역이었다.

“최고의 선배들과 연기하는 기회가 자주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굉장한 행운이에요.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게 연기가 늘었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알게 모르게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또래 연기자와 연기하는 것도 좋겠지만, 송강호와 한석규, 윤제문, 장혁 선배님과 함께 출연했다는 것은 인생에 꼽을 만한 엄청난 행복이에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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