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황후의 품격’x김순옥 작가, 男心도 씹어먹었다

입력 2019-01-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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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품격’x김순옥 작가, 男心도 씹어먹었다

‘막장 드라마’도 작가 하기 나름이다. 얼마나 몰입감 있게 표현하고, 재미를 주느냐에 따라 ‘막장극’의 퀄리티는 달라진다. 자극적인 소재만 사용한다고 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여타 드라마와 분명히 다르다. 시청자들에게 ‘순옥 유니버스’라 불리며 독특한 ‘막장 세계관’을 구축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드라마는 뭐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하면서도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갓서린’, ‘순옥퀸’으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가 있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 등을 쓴 김순옥 작가는 ‘황후의 품격’에서 전작 속 세계관을 모두 녹이는 중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모든 악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빤한 공식(?)을 바탕으로 사람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악인들을 향한 통쾌한 복수도 잊지 않는다.

김순옥 작가는 시대의 흐름도 반영한다. ‘픽션’(허구)이지만, 트렌드에 맞는 소재를 적절히 녹여낸다. 극 중 BJ로 변신한 오써니(장나라)나 오써니에 대한 채무 관련 이슈(시쳇말로 ‘빚투’)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된다. 물론 불편해 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사회적 이슈를 희화한다는 우려다. 또 ‘막장 드라마’라는 굴레는 분명,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이다. 높은 시청률은 별개로 ‘황후의 품격’을 질 나쁜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런데도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사랑받는다. 이는 시청률과 온라인 반응이 증명한다. 특이한 점은 여타 ‘막장 드라마’와 달리 남성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 보통 사극에서 볼법한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김순옥 작가 작품에서도 쏟아진다. 그 배경에는 일반적인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난 전개 방식이다. 복수 과정을 그리더라도 사랑하는 장면을 집중해서 담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김순옥 작가는 ‘복수’만을 극의 주된 맥락으로 풀어낸다. 멜로는 복수극 과정에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하나의 장치일 뿐 결말은 항상 권선징악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진부함 없는 스펙타클한 전개까지 펼쳐진다.
남성 시청자들의 ‘순옥 사랑’은 ‘황후의 품격’ 방송 시간대면, 유명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월화순옥금토일’, ‘순옥아 재미있다’ 등의 반응을 쏟아낸다. 이런 열풍은 자연스럽게 ‘황후의 품격’ 시청률로 이어진다. 첫 회 7.6%로 시작한 ‘황후의 품격’은 지난 24회에서 자체 최고시청률 17.9%를 기록했다. 1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데, 지상파 미니시리즈로 상상 그 이상의 시청률을 보여준다. 2017년 ‘귓속말’ 이후 미니시리즈에서 자취를 감춘 20%대 드라마가 오랜만에 탄생할 거라는 SBS 내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한 방송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사실 ‘황후의 품격’은 방송가에서 반신반의했던 작품이다. 주말극에서나 통할 내용을 평일 프라임 타임대에 내놓을 만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도 김순옥 작가와 ‘황후의 품격’ 배우들이 그런 걱정을 깼다. 덕분에 SBS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광고 판매도 순조로울 뿐만 아니라, 2019년 선보일 작품에도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SBS에서 현재 ‘황후의 품격’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포상(휴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송관계자는 “방송 전 ‘황후의 품격’이 송혜교·박보검 주연 드라마 ‘남자친구’와 경쟁에서 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니 상황은 달랐다. 오히려 ‘남자친구’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황후의 품격’은 상승세로 20% 시청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이제 진부한 로맨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듯하다. 결말이 예측 가능한 로맨스를 보느니 과정이 스펙타클한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황후의 품격’ 시청자들의 요구(Needs)를 반영한 안성맞춤 드라마”라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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