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짠순이아내의폼생폼사외식

입력 2008-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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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이벤트 응모 마니아입니다. 크게는 가전제품부터 작게는 각종 샘플까지 저희 집에는 아내의 이벤트 흔적이 가득합니다. 당첨 선물로 받은 걸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연애 할 때 같이 보던 영화들도 선물로 받거나 당첨된 예매권으로 보았습니다. 식사도 어디서 당첨된 외식 상품권으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남자인 저로서는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보니 저희 아내는 이벤트 이외의 생활에서는 너무도 ‘짠순이’였습니다. 화장실 물 내릴 때에도 샤워하고, 빨래하고 받은 물을 모아서 씁니다. 저한테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을 모아오라고 닦달을 합니다. 그 신문 1킬로그램 모으면 화장지 하나랑 바꿔 준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렇게 짠순이 표 마누라가 얼마 전에는 웬일인지 명동에 가서 외식을 하자고 그러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명동에 있는 인도음식 전문점 외식 상품권에 또 당첨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저희 부부는 명동에 도착해서 안내문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인도음식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간판이 1층부터 2층까지 붙어있는 큰 음식점이었습니다. 저희는 가까운 1층에 자리를 잡고 음식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저는 처음 먹는 인도요리라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와아- 이게 결혼하고 얼마만이야? 결혼 전에 데이트 할 때 이후로 처음인 거 같은데, 명동이라 그런지 사람 정말 많다∼” 저는 색다른 분위기의 가게가 신기해서 두리번거렸고 아내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이런데서 촌티내면서 두리번거리지 좀 마”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이런 고급 음식점에 많이 와본 사람처럼 귀티나게 행동을 했습니다. 주문도 아내가 직접 했습니다. 종업원이 가져다 준 메뉴판을 보고 외식상품권 금액에서 벗어나지 않게, 최대한 많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주문을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는데… 글쎄 피자와 스파게티를 가지고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전 좀 이상하다 싶어 아내에게 인도요리점에서 웬 피자하고 스파게티냐고 물어봤습니다. 아내가 “거 참! 요즘 인도사람들이 얼마나 세련됐는데! 인도 사람들은 피자하고 스파게티 안 먹을 줄 알아?” 이러면서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겁니다. 저도 그냥 두말없이 맛있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계산하려고 외식상품권을 내밀었을 때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인도음식점은 간판만 1,2층에 붙어 있었던 거고, 실제 1층은 이태리 음식점, 2층이 인도 음식점이었던 겁니다. ‘어쩐지 인도 음식점에 피자와 스파게티가 나올 리가 없지’ 어쨌든 저희 부부는 벌게진 얼굴로 얼른 계산을 하고 도망치듯 음식점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후, 그 외식 상품권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그냥 처제 생일 선물로 줘버리고 말았답니다. 다음에 이런 일 있을 땐 더 신경 써서 보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경기 광명|이성백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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