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찜질에,마주님안부럽소!…경주마의특별한여름나기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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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말이나 여름이 되면 덥다. 아니, 말은 더하다. 선천적으로 더위에 약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엔 말 팔자가 사람보다 낫다. 한 마리에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들의 얘기이다. 과연 이 ‘말 팔자 상팔자’의 경주마들은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그 백태만상 속을 슬쩍 엿봤다. ○ 여름엔 역시 물이 최고 경주마도 여름에는 사람처럼 수영장에서 더위를 쫒는다. 하지만 경주마에게 수영장은 단순한 물놀이의 장소가 아니라 지옥의 훈련장을 겸한다. 과천경마공원 한 쪽에 마련된 말수영장에서는 연일 경주마의 숨 가쁜 호흡소리가 들려온다. 이른바 ‘수영조교’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영조교란 수영을 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 질환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많은 조교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경주마가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1400m의 경주로를 전력 질주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이열치열’ 찜질도 있소이다 서울경마공원 마방에는 경주마들만을 위한 특별한 찜질방이 있다. 경주마는 이동식 원적외선 치료기로 찜질을 받는데 혈액순환·신진대사 촉진은 물론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를 풀어주고 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교사들은 여름철 이외에도 꾸준히 찜질방을 애용한다. 찜질을 받는 경주마는 사람과 똑같이 두 눈을 감고 낮은 울음을 운다고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흐흐흥 ∼ (좋아 좋아)’ ○ 얼음이 빠질 수 있나 적외선 찜질과는 반대로 얼음찜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는 500kg을 넘나드는 체중에도 불구하고 매우 가느다란 발목을 가진 동물이다. 때문에 경주마의 생명은 발목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 관리부위라 할 수 있다. 경주나 훈련을 마친 경주마의 다리부위는 평소보다 몇 배의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온도를 낮춰주지 않으면 다음 훈련 시 부상발생률이 높다. 다리의 열을 식혀주는 방법 중 으뜸은 얼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급격하게 온도를 낮추기 위해 경주마 다리에 소주를 뿌려주기도 했었다고 전해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토마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주류 반입은 철저히 금지되어있다. ○ ‘밥’이 보약 양질의 사료는 여름철 힘의 원천이다. 경주마는 하루에 1만6000kcal의 열량을 필요로 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공기밥 35그릇 이상이다. 경주마는 매 경주마다 전력 질주를 하기 때문에 많은 열량을 소비해 여름이면 특별한 영양보충이 필요하다. 요즘은 말 사료가 발달해 경주마의 상태에 따른 다양한 사료가 비치되어있어 경주마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한다. 과거 사료의 질이 현저히 낮을 때에는 여름철 컨디션 관리를 위해 ‘지네가루’ ‘삼계탕’ ‘뱀 엑기스’ 등 사람도 구경하기 힘들만한 특별 보양식을 먹였다고 하지만 모두 옛날 얘기다. ○ 마방이야? 호텔이야? 여름철 무더위 못지않게 경주마를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기와 파리. 이들 불청객들이 경주마의 엉덩이에 착 달라붙어 극성을 부리기에 경주마들은 이를 쫒느라 밤잠을 설치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무게까지 줄곤 한다. 그래서 마방마다 모기를 쫓는 전자파 전등은 물론 방역용 소독기까지 설치해 모기 퇴치에 나선다. 또한 원활한 통풍을 위해 마방 천장에 지름 3m에 달하는 대형 선풍기를 설치해 더운 공기가 마사 내에 머무를 틈을 주지 않는다. 경주마가 답답한 마방을 벗어나 야외에서 쉬고 있을 때에는 한낮의 땡볕을 피할 수 있도록 차양막을 쳐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마철 쉽게 눅눅해지기 쉬운 마방의 환경을 위해 평소보다 자주 깔 짚을 갈아주는 것도 경주마 여름나기의 필수사항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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