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북한 축구와 인연이 없었다. 현역 시절에는 단 한 차례도 경기를 해보지 않았고,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야 딱 한 번 만났다. 양지팀에서 뛸 때 1966잉글랜드 월드컵 당시의 필름을 구해 봤는데, 북한 축구의 발전에 놀랐다. 이탈리아를 꺾고, 포르투갈과 8강전에서 대등하게 싸웠던 모습이었는데, 유명한 ‘사다리 전법’이 눈에 띄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 감독이 되고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94미국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치렀다. 당시 우린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다. 같은 숙소에서 묵었는데, 운동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각자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통제는 그리 심해보이지 않았지만 아예 접촉할 수 없었다. 왼쪽 풀백의 오버래핑이 뛰어났고, 북한 사령탑이 독일 출신이었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기억이 없다.
요즘 북한 축구의 발전을 보면 66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희망이 엿보인다. 66년 당시 북한은 동유럽 지역으로 자주 나가곤 했는데, 1993년에는 구 소련 연방이 무너지면서 겁을 먹고 개방하지 못해 한동안 정체됐던 것 같다. 요즘 대표팀을 위주로 한 발전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만 한 팀에 ‘올인’하는 게 아닌, 전반적인 선수 육성이 이뤄져야할 필요가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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