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고래책갈피]말썽꾸러기에칭찬마법을걸어보세요

입력 2008-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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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에드와르도처럼 가끔 발로 물건을 걷어차고, 엄마 몰래 동생을 쥐어박고, 방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가끔 세수하고 이 닦는 것을 빼먹었다. 교실에서는 너무 얌전해서 있는 듯 없는 듯 선생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내게 초등학교 5학년 봄은 참으로 짜릿했다. 누군가에게 기대와 관심을 받는 일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 대상이 선생님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학기 첫날 담임선생님은 내 이름을 여러 번 부르며 심부름을 시키셨다. 집에서는 그토록 하기 싫던 심부름이 학교에서는 왜 그리 신나고 뿌듯했던지. 그날 난 아이들이 돌아간 뒤, 교실에 혼자 남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게 관심을 보여준 선생님께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다. 마침 선생님 책상 위에 유리창에 붙일 5학년 2반이라는 비닐 글자가 눈에 띄었다. 난 선생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유리창에 비닐 글자를 예쁘게 붙여 놓을 셈이었다. 분무기를 뿌려가며 비닐 글자를 한자씩 붙이기 시작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자꾸 글자가 삐뚤어지고 간격도 맞지 않았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고, 땀까지 비오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쩔쩔 매고 있을 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괜스레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인 것 같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넌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야!” 고맙고 따뜻한 말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의 기대와 신뢰, 칭찬과 관심을 받았을 때,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난 그해 담임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모든 일에 꾀부리지 않았고, 친구들 부탁도 꼭꼭 들어주었다. 선생님께 칭찬 받기 위해 수줍음 많던 내가 반대표로 웅변대회까지 나갔으니 말이다. 어쩌면 글을 쓰게 된 것도 글을 잘 쓴다고 했던 선생님의 칭찬이 한몫했을 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선생님의 애정 어린 말 한마디가 지금껏 내 삶을 조각해 온 것 같다.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아이들에게 있어 어른들의 말 한 마디는 날카로운 조각칼과 같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비룡소)에서 주인공 에드와르도처럼 평범한 아이를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로도,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로도 변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혹시 주위에 세상에서 가장 못되고 말썽꾸러기인 아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윽박지르거나 따끔하게 야단칠 생각은 접자. 그것보다 이미 수차례 실험을 통해 검증된 피그말리온 효과를 먼저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얘! 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야!” 부드럽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여러분이 알고 있던 아이를 마법처럼 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혜용| 분홍고래모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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