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가슴이따뜻한사람이정우

입력 2008-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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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D조본선리그
목진석이 ‘재미있는’ 파이터라면 이정우는 ‘괴력형’ 파이터이다. ‘힘’ 좀 쓰는 바둑이다. 그런데 기풍과는 달리 평소 성품은 온순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따뜻하다. 몇 년 전 한국기원 주차장에서 경비원이 이정우의 차를 대신 빼다가 난데없는 급발진이 발생했다. 자동차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차장을 반쯤 가로질러 옆 건물의 벽을 들이받았다. 그 소리에 놀라 한국기원 사무국의 직원들이 우르르 창가로 몰려갔다. 이정우의 차는 한 눈에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는 지프였는데 이 사고로 유리창과 앞면이 완전 박살나고 말았다. 이정우 본인의 눈앞에서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온 경비원의 얼굴은 완전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현장으로 달려간 이정우의 첫 마디는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였다. 경비원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바둑의 흐름은 백이 약간 좋다. <실전> 백2로 젖힌 것이 목진석 스타일. 검토실에 있던 안조영 9단은 <해설1> 백1로 느는 수를 얘기했다. 백5까지 이처럼 무난하게 두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안조영은 기풍이 유연하다. ‘반집의 제왕’이란 별호가 말해주듯 싸움 보다는 초정밀 컴퓨터같은 계산이 주특기이다. 목진석이 이처럼 쉽게 가는 길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이런 수는 그의 타입이 아니다. 재미가 없는 것이다. <실전> 흑11로는 <해설2> 흑1로 느는 수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일단 우하 흑집이 커진다. 하지만 백에게는 2·4가 있다. 백은 과감히 백 두 점을 포기하고 백10까지 하변 흑진을 쏙쏙 파먹는다. 흑으로선 ‘충치’를 앓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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