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이정우가고개를떨군사연

입력 2008-07-1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목진석이 현재의 축구광이라면 이정우는 과거의 축구광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정우는 프로기사 축구팀에서 발군의 플레이어였다. 이정우가 미드필드에서 공을 ‘딱’ 차고 머리칼을 휘날리며(요즘은 급속히 빠지고 있지만)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은 소녀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이정우가 축구를 하다 인대가 끊어졌다. 꽤 큰 사고였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말했다. “이 정도면 군대를 안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정우는 고개를 푹 떨궜다. 그는 정확히 두 달 전, 현역으로 군 복무를 꽉꽉 채우고 제대를 한 예비역이었던 것이다.(하하하! 그런데 이거 웃어야 하나?) 백이 <실전> 백1로 끊고 3으로 늘었다. 흑이 목의 가시 같은 요 백 두 점을 잡으려면 <해설1> 1로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백이 노리는 바이다. 2·4로 활용할 것 다 해 놓고는 6으로 잇는다. 밖은 백의 철벽이 되어 버린다. 우중앙 쪽에서 한 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흑이 <실전> 28로 나온 것은 당연. <해설2> 흑1로 두면 백2·4로 나올 것이다. 이것은 백이 거의 타개가 된 모양이다. 흑으로선 억울한 일이다. 물론 하소연할 곳도 없다. 목진석의 바둑은 독특한 맛이 있다. 꽤 전투적인데, 무작정 싸움만 즐기는 타입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 보다는 재미있게 두려고 애쓴다. 보는 이도 재미있고, 두는 자도 재미있는 바둑이다. 그래서 목진석의 바둑을 좋아하는 팬들이 꽤 많다. 이겨도 져도, 그의 바둑은 어딘지 스릴감이 넘친다. 때로는 밋밋하게 이기는 승자보다, 화끈하게 나가떨어지는 패자에게 보내는 박수가 더 큰 법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