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행복으로두둑한나의지갑

입력 2008-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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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갑은 두 아이가 생일이라고 십년 전에 선물로 사준 것입니다. 그 때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아마도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들에게 용돈을 많이 달라는 의도로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아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의도치 않은 빈곤이 쓰나미처럼 닥쳐왔습니다.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자가용까지 처분하게 됐습니다. 그 후론 당연하게도 출퇴근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둘째까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애들이 아직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 녀석들을 어떻게 대학에 보내나’등록금 걱정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작은 것에서부터 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 썼던 도시락 통에 점심을 싸가지고 다녔습니다. 지갑에는 버스카드와 만약을 위한 비상금과 현금카드 하나만 달랑 넣어 다녔습니다. 워낙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들에게 사교육이라는 것은 꿈도 못 꿨습니다. 다행히도 첫째인 아들이 먼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딸애는 명문대학에 또 장학생으로 합격해서 상경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제 지갑에다가 딸의 고교시절 증명사진을 아예 붙이고 다닙니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서울로 학교를 보내다 보니 여간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행히도 1학년과 3학년 때는 기숙사에 있었는데, 졸업반인 지금은 무작위 순위에서 밀려 원룸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 할 때의 두 배 이상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주고 있기에 저는 매달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송금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 버스비가 부족해서 집까지 걸어서 간 적도 있습니다. 남들이 이런 제 지갑을 보기에는 차가운 바람만 부는 빈 지갑처럼 보일 테지만, 제게는 그 누구의 지갑보다 ‘빵빵’하답니다. 왜냐고요?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 눈에는 행복이라는 수표가 제 지갑 안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밥이든 술이든 많이 먹으면 탈이 나지만 행복은 아무리 과식을 해도 배탈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수시로 지갑을 열어봅니다. 지갑을 열 때마다 사진 속의 딸과 눈이 마주치면 꼭 딸이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빠, 오늘도 힘내세요!” 대전 동구 | 홍경석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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