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ETPFEST,‘그들만의잔치’벗은진정한록축제

입력 2008-08-16 01:21:17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더 이상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다. 굳이 그의 ‘마니아’가 아니어도 록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은 오전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밴드음악에 머리를 흔들었다. 서태지가 ‘한국의 우드스톡’을 염원하며 기획한 ETPFEST(Eerie Taiji People Festival). 2001년 시작된 이래 네 번째 맞는 올 행사에서 ‘도심형 록페스티벌’로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모습이었다. 특히 서태지의 팬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 대중이 함께 즐기는 진정한 ‘록 페스티벌’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태지가 출연한 15일 잠실야구장엔 3만4000명이 몰렸지만, 그가 출연하지 않은 첫날(14일)에도 1만3000명이 몰려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또한 서태지의 순서가 끝났지만, 서태지 팬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리란 우려가 무색하게, 2만 여명은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각, 빗속에서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다음 순서인 마릴린 맨슨을 기다렸다. 200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올해로 네 번 째 열린 이번 ETPFEST 2008은 양과 질 모두 역대 최고로 기록됐다. 무대규모나 사운드, 관객수와 참가 아티스트 등 역대 최고, 최대 규모다. 특히 국내 공연사상 야구장에서 처음 벌인 이번 ETPFEST는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였고, 사운드는 매우 명징하게 울려 퍼졌다. 맥시덤 더 호르몬, 드래곤 애쉬의 스태프는 사운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가수 김종서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최고의 사운드”라고 극찬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도심형 록페스티벌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서태지 측의 이야기는 공연한 ‘멘트’가 아니었다. 서태지 측은 이번 행사의 메인 무대인 ‘스테이디엄 스테이지’를 위해 7일부터 약 3000명의 스태프들이 동원돼 8톤 트럭 150대에 달하는 무대구조물을 설치했다. 장비 무게만 모두 1200톤이며 300KW 발전차 20대가 배치돼 6000KW의 전력을 쏟아냈다. 이런 무대에서 마릴린 맨슨을 비롯해 유즈드, 드래곤 애쉬, 맥시덤 더 호르몬, 데스 캡 포 큐티, 몽키 매직, 야마아라시 등 해외 뮤지션들의 폭발적인 릴레이 무대가 만들어졌고, 관객은 발을 구르고 몸을 흔들며 열광했다. 축제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서태지도 간편한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모아이’ ‘휴먼 드림’ ‘틱탁’ 등 최신곡에서부터 1992년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 ‘이제는’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부르는 동안 공연관계자들로부터 ‘최고의 라이브’라는 칭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예기치 않은 폭죽 폭발사고로 공연이 지연돼 헤드라이너인 마릴린 맨슨의 공연이 끝난 시각은 새벽 1시10분. 이로 인해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한데 몰리고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들의 얌체운행으로 관객들은 빗속에서 ‘귀가전쟁’을 치러야했다. 공연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한바탕 ‘난리’를 겪으며 금세 소모되는 듯 했다. 또한 기괴한 퍼포먼스와 욕설, 거침없는 표현을 하는 마릴린 맨슨의 경우엔 19세 미만 관객의 관람은 통제해야 하지만, 청소년도 티켓 한 장으로 하루 혹은 이틀 공연을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재고해봐야 할 숙제다. 마릴린 맨슨은 이날에도 식칼 모양의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 공연 중 바지를 수차례 벗고 기타리스트의 머리를 움켜쥐고 흔드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또한 심한 욕설을 자주 했고, 마약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ETPFEST 2008은 분명, 국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 에너지 넘친 수준 높은 록 페스티벌이었다. 다만 이런 양질의 공연이 매년 열려 ‘한국의 우드스톡’으로 자리 잡고,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서태지의 각오처럼.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