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조혜연은호기심덩어리

입력 2008-08-1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지은과 함께 우리나라 여자프로 양강체제를 이끌고 있는 조혜연 7단이 승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8단. 9단을 입신이라 하듯 8단에도 ‘좌조(坐照)’라는 별칭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뚜르르 내다볼 수 있다는 경지이다. 물론 바둑판 위에서의 얘기지만. 조혜연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다. 그 ‘독특함’의 근간은 호기심이다. 기자는 지금까지 숱한 프로기사들을 보아왔지만 그녀만큼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조혜연은 한때 바둑계에서 거의 증발하다시피 한 시간이 있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한 뒤의 일이다. 이후 공부 재미에 쏙 빠져 바둑을 등한시하고 살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어는 상당한 수준이다. 확인한 결과에 따르자면 미국 영주권을 가진 몇몇 프로기사보다 낫다. 클래식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음악 담당을 하고 있는 기자의 자존심을 콕콕 찌를 때가 있다. 언젠가 대회 취재 차 중국에 함께 갔을 때 베이징 음반가게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다. 슬쩍 보니 역시 100% 클래식음반들만을 집어 들고 있었다. 하도 음악을 들어 한때 청각에 이상이 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다보면 이쪽이 지칠 때가 많다. 워낙 말이 빠르고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 탓이다. 이쪽의 기가 슬슬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후 가급적 맞대면은 피하고(?) 있지만, 8단 승단도 했다고 하니 축하인사라도 보내야겠다. <실전> 흑4는 <해설1> 1로 두 칸 벌리는 수가 많았다. 그런데 백2로 다가서면 막상 행마가 막힌다. 3으로 뛰면 4로 들여다뵈는 것이 영 찜찜하다. 그렇다고 <해설2> 흑3은 백4로 답답해진다. 흑이 확실히 살았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실전이 좋았다는 얘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