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치킨 체인점을 시작한지 막 4개월이 된 햇병아리 장사꾼입니다. 40대 중반인데, 이전까지 집에서 살림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주부였습니다.
올해로 딱 쉰 살이 된 저희 남편이 갑자기 치킨 체인점을 해보자고 해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희 남편은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가게에서 일하며 ‘투 잡’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치킨 체인점 일! 일하다 보니까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습니다. 한번은 주문배달 일을 혼자 다 할 수가 없어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했습니다. 남학생이었는데 여기저기 경험도 많고 일을 잘 했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아르바이트 비를 일당으로 바로바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랬습니다.
저는 집안에 무슨 사정이 있는가보다 하고 그렇게 해주었습니다.
어느 날은 혹시 내일 받을 일당을 미리 좀 받을 수 없겠냐고 물어봤습니다. 뭔가 표정이 심각해 보여서 알겠다고 하고, 아르바이트 비를 미리 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부터 연락도 안 되고 깜깜 무소식인 겁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TV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그렇게 꼬이기도 하는 줄 그 때 처음 알았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한쪽 손에 붕대를 감은 남자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휴대전화에 있는 자기 딸 사진을 보여주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시면 딸아이 분유 값이라도 하겠습니다” 고 말하는 겁니다.
그 동안 잡상인들이 워낙 많이 들락날락해서 이 분도 그런 분들 가운데 한 사람인 줄 했지만, 그래도 그 모습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 아저씨 손에 2만 원을 쥐어드렸습니다. 두어 시간이 흘렀을까? 손에 붕대를 감았던 그 사람이 또 저희 가게로 들어오는 겁니다. 이번엔 “제가 공부하는 고학생인데 돈이 부족해서요”라면서 다른 핑계를 댔습니다. 저는 너무 황당해서 “아저씨! 오늘 이 동네 상가 다 돌기로 한 날이세요? 두어 시간 전에 여기 왔다가셨잖아요!”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요?” 하면서 그냥 나가버리시는 겁니다.
어쩜 그렇게 순수한 얼굴로 그런 일을 하시는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얼마 전엔 한 외국인 커플이 저희 가게에 들어왔는데, 뭘 찾는 건지 메뉴판을 삥∼ 둘러보고 있는 겁니다.
치킨 사진과 순우리말뿐인 메뉴판 때문에 난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TV에서 보면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도 많던데, 그 외국인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아는 단어는 ‘후라이드 치킨’ 밖에 없어서,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이랬습니다.
그러자 외국인이 의외로 “오케이 오케이”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어찌나 기쁘고 재밌던지, 서비스로 강냉이 한 바구니 담아주고, 치킨도 더 정성을 들여 맛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외국인도 맛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며칠 전에도 등에 커다란 배낭을 맨 외국인이 들어왔는데 또 두리번거리며 메뉴판을 보더니 제게 뭐라 뭐라 묻는 겁니다. 치킨 가격을 묻는 건지, 아니면 치킨이 몇 조각이냐고 묻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저는 또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이랬더니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외국 손님이 오면 간단한 인사도 할 수 없으니 너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메뉴판에 영어를 써넣을까 생각중입니다. 괄호하고 그 안에 영어를 써 넣는 거죠. 글로벌 시대에 이 정도는 해야겠죠? 요새 열심히 노력하며 재밌게 장사하는 중입니다.
강원도 속초 | 김봉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