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새색시VS새신랑‘잠버릇’

입력 2008-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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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한 지 5개월 째 접어드는 새색시이자, 초보주부입니다. 보통 이 시기에는 고민도 없고, 걱정도 없고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고 그러는데, 저희 부부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다 문제가 없는데 잠버릇이 서로 맞지 않아 좀 불편한 게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 된 후로 언니랑 각방을 썼기 때문에 제가 잠버릇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밤에 잤던 자세 그대로 일어났습니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몸이 피곤하거나 그런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가끔 이불이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있곤 했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혼해서 5개월이 되었고 제 신랑은 늘 제 옆에서 자야하는데, 제 못된 잠버릇을 얼마나 많이 목격했겠습니까? 물론 신랑도 잠버릇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다른 건 몰라도 코를 정말 심하게 굽니다. 어찌나 심하게 구는지 가끔은 저러다 숨 막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꼴깍꼴깍 숨이 넘어가게 코를 곱니다. 가끔은 신랑 몰래 볼을 때려보고 코를 막아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소용이 없어서 신랑한테 회사 월차 써서 병원에 가보라고 그랬습니다. 의사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신랑 목젖이 늘어져 있어서 수술해도 재발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어쩔 수 없다. 그냥 데리고 살아라” 이 말씀이셨던 겁니다. 지난번엔 코를 고는 것도 모자라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더니 갑자기 그 쇳덩어리 같은 다리를 제 배 위에 턱 올려버리고 만 겁니다. 얼마나 깜짝 놀라서 일어났는지 목 뒤에 담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남편을 깨워 뭐라고 했더니 신랑이 갑자기 “자기는 뭐 얌전하게 자는 줄 알아?” 하고 제 잠버릇을 쭉∼ 읊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신랑 얘기를 들어보면 한번은 제가 잠을 자다 말고 신랑 따귀를 아주 세게 때렸다는 겁니다. 신랑이 깜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더랍니다. 자기도 그냥 볼만 쓱 문지르고 잤다고 합니다. 또 한번은 제가 갑자기 뭐라 뭐라 혼잣말을 하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실실 웃었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신랑이 기가 막혀서 “왜? 꿈이 재밌어?” 하고 말을 걸어봤는데 제가 “응. 재밌어” 하고 대답도 다 했다는 겁니다. 가끔은 제가 이불을 다 가지고 가서 혼자 덮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랑이 “자기야∼ 이불 좀 같이 덮자∼ 나 추워 죽겠어∼” 하고 이불 한 쪽을 잡아당겼는데 제가 손힘이 얼마나 센지 이불을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확 빼더니 돌돌돌 말고 혼자 잠들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제가 자다 말고 갑자기 신랑 엉덩이를 발로 뻥∼ 차서 신랑이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신랑은 그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고 그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침대로 다시 올라오지 않고 그냥 딱딱한 바닥에서 아침까지 잤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다 듣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또 우습던지… 그러고 보니 요즘 신랑 눈가의 다크써클이 유난히 더 진해진다 싶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직원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어∼이 요즘 신혼이라 밤에 재미가 좋은가봐?”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제 남편이 속으로 그랬답니다. “흥∼ 신혼이라 밤에 재미가 좋다구? 이 양반들아! 내 마누라랑 한 번만 살아봐! 다들 다크써클 생기게 돼 있어”라구요. 처음엔 혼자 자다가 누가 옆에 있으니까 의식이 돼서 잘 때도 긴장하고 잤는데 이제는 점점 편해지니까 잠버릇들이 하나씩 나오는가봅니다. 남편도 저도 오늘 저녁엔 이 잠버릇을 어떻게 고칠 것이냐 토론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충남 연기 | 이정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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