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엽사장특별기고]박주영입단에서팀적응까지

입력 2008-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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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복신고식’에주영당황
2008년 8월30일 새벽 3시 AS모나코 제롬 드 봉탱 사장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박주영 영입을 위한 협상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항공편을 제공할 테니 모나코 현지에서 협상하자는 통보였다. 7월부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협상이 종착점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비행기가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할 즈음 (박)주영이는 “형, 정말 고마워요”라고 넌지시 말했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주영이가 처음으로 ‘고맙다’고 표현한 것은 내겐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모나코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봉탱 사장과 호텔 로비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다음 날 있을 협상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 도착한 이후 모나코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입단 후 훈련 3일째 되던 날, 주영이는 뜻하지 않은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동료들이 주영이의 훈련복을 숨긴 것이다. 생전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 ‘그럴 리가 없는데…’ 라며 주영이는 훈련복을 찾기 위해 라커룸을 전부 뒤져야 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주영을 본 모나코 언론 담당관은 “팀의 전통”이라며 주영이를 이해시켰다. 훈련을 통해 선수들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간 주영이는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데뷔전에서 데뷔 골, 뭔가 작품이 만들어진 기분이었다. 주영이가 골을 넣는 장면은 지역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반응은 빨랐다. 주영이가 가는 곳마다 현지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어 벌어진 마르세유와의 원정경기. 주영이는 경기 전날 심한 감기로 고생했다. 그러나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런데 90분을 다 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모나코 히카르두 감독은 하프타임에 후반 15분 정도까지 뛰어보고 교체 사인을 내라고 했지만, 주영이는 감독이 알아서 교체해줄 것으로 믿었다(추측컨대 주영이가 감독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했던 것 같다). 교체가 이뤄지지 않자 주영이는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뛴 것이다. 경기 후 “형, 나 죽는 줄 알았어”라며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이 앞섰다. 주영이가 모나코에 온 지 4주가 지나고 있다. 이제 좀 있으면 보금자리도 생긴다. 10월 1일부터 가구를 구입해 집을 꾸민 뒤 입주할 계획이다. 호텔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주영이가 집에 입주하면 모든 면에서 좀 더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주영이의 모나코 적응기는 ‘성공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텐플러스 스포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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