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베팅볼투수양준혁“밥값정도는해야지”

입력 2008-09-2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밥값은 해야지.” 26일 잠실 삼성-두산전을 앞두고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삼성 타자들의 타격훈련 때 거구의 양준혁이 배팅볼 투수로 나선 것. 양준혁이 이처럼 굳은 일을 자청한 이유는 이날 선발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 개인통산 339홈런을 때린 이후 타격 부진에 빠져있는 데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는 양준혁의 천적인 좌완 이혜천. 지난해와 올해는 맞대결이 없지만 2006년엔 8타수 무안타였다. 훈련 후 식사를 하던 그는 “내가 원래 배팅 볼은 좀 던진다”고 자랑했다. 다른 타자들이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하자 양준혁은 옆에 있던 현재윤을 향해 “너 내 배팅볼 쳐봤지? 입맛에 딱 맞지 않냐?”면서 동의를 구했다. 말없이 젓가락으로 국수를 입으로 가져가는 현재윤. 그러자 양준혁은 다시 한번 “현재윤! 그래 안 그래?”라며 채근했고, 현재윤은 “맞습니다. 얼마나 치기 좋은 공을 던져주시던지. 타격감이 팍 올라왔습니다”라며 큰소리를 외쳤다. 그제서야 양준혁은 “그렇다니까. 내가 이래봬도 초등학교 때 투수로 노히트노런도 기록한 사람이야. 집에 신문 스크랩도 있어. 한번 보여줘?”라며 헛기침을 했다. 현재윤은 “선배님이 타자가 아닌 투수로 뛰셨어도 전설이 됐을 겁니다. 송진우 선배도 2인자로 물러났을 겁니다”라며 아부의 고삐를 더 당겼다. 양준혁도 이 순간에는 밥알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