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잠에 취해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8살 된 첫째 딸, 보미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제 일어나∼ 나 배고프단 말이야∼ 빨리 밥을 차려줘야 학교에 가지∼” 하고 투정을 부리기에 얼른 시계를 봤더니 벌써 7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빨리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이 감겼습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부터 유독 아침잠이 많았습니다. 신혼 때도 신랑이 출근할 때 현관까지 배웅 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고문 중에 고문’이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 핑계를 대며 아침 배웅을 아예 생략해 버렸습니다. 작년 12월에 셋째를 출산해 요즘은 밤낮이 바뀐 아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기는 칭얼대고, 학교 다니는 딸 준비물도 챙겨야 하고, 출근하는 남편 뒷수습까지 하다보면 꼭 한 두 가지 실수로 빠뜨리는 일들이 생깁니다. 딸이 그런 엄마 모습이 불안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준비물 챙긴 걸 자꾸 확인했습니다. 그 전날부터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 딸내미가 안쓰러워서 저는 “걱정 하지 마. 엄마가 챙겨 놓을 테니까 너는 걱정 말고 얼른 자” 하고 얘길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잊어버려 딸의 두 눈에 눈물 쏟게 만든 날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 딸! 저한테 아예 물어보지도 않고 학교 갔다 오면 자기가 알림장 보면서 스스로 준비물을 챙깁니다. 돈 가지고 사야 되는 준비물이 아니면 스스로 방이나 베란다를 뒤져 준비물을 챙기고, 혹시 나가서 사야 되는 물건이면 저한테 1시간에 1번씩 상기를 시켜줬습니다. 그럴 땐 마치 딸과 엄마가 바뀐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거기다 딸은 준비물뿐만 아니라 숙제까지도 자기가 스스로 챙깁니다. 자기 할 일을 다 해놔야 TV를 보지 그 전엔 리모콘을 만지지도 않습니다. 항상 학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집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만약 이 중에 한 가지라도 빼 먹으면 혼자서 속이 상해서 난리가 납니다. 예전에 제가 하도 급한 볼일이 있어서 딸애한테 “미술학원 가지 말고 엄마랑 같이 다녀오자”고 어디를 데리고 갔던 적이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미술 학원에 가야 된다고 얼마나 투덜거리던지 급기야 8살배기 딸하고 다투기까지 했습니다. 그 후론 딸애가 학원에 가는 날엔 절대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주변사람들은 참 기특한 딸을 뒀다며 다들 부러워하시지만 이 모든 게 제가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 해서 생긴 습관인 것 같아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제게 딸 보미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한 아이인데, 게으른 엄마 때문에 ‘걱정쟁이’아이로 자라는 것 같아 그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보미야! 막둥이 동생 잠자는 시간대만 잘 맞춰져도 엄마 이렇게 게으름 피우지 않을 거야. 그 땐 엄마도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줄 게. 우리 보미! 그 때까지 조금만 참아줘∼ 우리 딸∼ 엄마가 많이 많이 미안해∼” 경기도 시흥 | 윤수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