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오종학응원단장“나보고야구장의원빈이래요ㅋㅋ”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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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만 원빈이다? 별명이 길어도 너무 길다. ‘옆모습만 원빈이다’로 불리는 주인공은 바로 오종학(26) 두산 베어스 응원단장이다. 두산팬이 아니라, 단지 그를 보러 두산을 찾는 관중이 생겼을 정도로 오 씨는 두산의 숨은 선수다. 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얼짱 응원단장으로 인기를 얻으며 온라인에 그의 사진과 움짤모음(움직이는 사진 모음)이 돌 정도였다. “3층에서 봐야 원빈이다? 외야에서 봐야 원빈이다? 얘기들 많이 하시는데. 국민배우를 닮았다고 하니 저야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죠.” 오종학 응원단장은 올해 처음으로 야구 응원을 맡았다. 8개 구단 중 최연소이자 대전 한남대학교 응원단장 출신의 신인이다. 전국 통틀어 8명밖에 없는 직업이고, 원래 어릴 때부터 응원단장이 꿈이었던 터라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단다. 시즌에는 길을 지나며 들리는 온갖 소리가 귓등을 스치는 법 없이 쏙쏙 귀에 박힌다. 자나 깨나 응원 생각이다. “트로트, 인디밴드 곡, 클래식, 록, 올드팝 등 인터넷에서 4000곡 이상을 다운 받아 들어요. 찬송가도 일부러 챙겨 듣고요. 야구 하면 롯데 영향이 큰 데요. 그 정도로 두산도 각인되는 노래를 찾고 있어요.” 그는 관중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잘 외울 수 있는 응원가를 만들기 위해 장르 불문 모든 곡을 가리지 않고 듣는다. 율동은 누구나 따라할 수 쉽게 손가락을 찌르고 돌리는 동작을 위주로 만들어낸다. 춤과 노래 계발은 경기가 없는 날에 하고, 경기가 있는 날에는 그날그날 응원에 충실한다. 경기 전 모든 이벤트를 체크하고, 선수 개개인 기록과 오늘 경기 중에 달성될 기록들을 사전에 점검한다. 몸이 아파 구장에 나오기 싫은 날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개막 전 하나 하고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끝날 때까지 제 역할이 있으니까 최대한 안 아프고 안 다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박수 한 번 칠 거 두 번 치면 행복하고, 썰렁한 농담에 처음에는 피식거리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마음이 풀리며 웃어줄 때 기분이 좋다고 한다. “전투적이고 그런 응원보다 팬들이 야구도 즐겁게 보고 노래도 신나게 부르면 좋아요”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다른 응원단장과 경쟁의식은 없느냐는 질문에 “서로 동종업계이고, 모두 선배님들이라서 특별한 경쟁의식보다… 딱 경기 들어갔을 때만 선의의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경기 전에는 “오늘은 살살하자”, “수고하십시오” 인사를 주고받아도 응원이 시작되면 그 말은 온데간데 없이 열기가 뜨거워지고 응원단장 본인도 심하게 흥분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면 “소주 한 잔 할래?”라며 상대편 응원팀과 친목을 다진다. 야구가 끝난 겨울에는 서울 삼성 썬더스 농구팀 응원 단장으로 일한다. 현재 꿈이라면 “4∼5년 지나서 정말 응원 잘 하는 응원단장이 되어 모든 구단에서 응원한 단장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일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오종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이 아니니 한 명의 응원단장을 8개 구단에서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 |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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