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빠,저S라인생겼어요”

입력 2008-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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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다섯 식구입니다. 일년 전부터 아빠 직장이 지방으로 옮겨지고, 남동생도 지방에서 학교를 다녀서, 집에는 엄마와 언니,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여자만 살고 있습니다. 여자 셋이 모이니까 왜 그렇게 먹는 것도 잘 통하는지, 세 모녀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 먹기도 하고 배달시켜먹기도 하고, 이것저것 군것질도 많이 했답니다. 사실 아빠 계실 때는 아빠가 군것질하는 걸 싫어하셔서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구 먹다보니 어느새 살이 쪄서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교 1학년 신입생입니다. 선배들이 자꾸 불러내서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해서 저희 세 모녀 중에 제가 제일 많이 살이 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 만에 올라오신 아빠가 저를 보시더니 “아이구∼ 우리 둘째는 어떻게 일주일에 한번씩 볼 때마다 살이 찌냐? 스무 살이면 살 쫙쫙 빠지고 예뻐질 나이 아니냐? 근데 너 궁딩이가 완전히 아줌마 궁딩이다∼ 니 엄마보다 더 커지려고 그래∼”이러면서 아픈 말만 골라하셨습니다. 한 번은 옆으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아빠가 “와∼ 신기하다∼ 어떻게 누워있는데도 배가 불룩 나오냐. 너, 아가씨 맞냐? 너 이제 내 앞에서 뭐 먹기만 해봐. 아빠가 다 뺐을 거야! 이제부터 살 빼!” 이러셨습니다. 보통의 아버지들은 딸이 아무리 살이 쪄도 복스럽다는 둥, 나중에 결혼하면 다 빠진다는 둥,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둥 이런 말씀하시지 않나요? 그런데 앞으로 먹는 거 보이기만 하면 다 뺏어버리겠다고 하시니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저는 이렇게 구박받느니 차라리 다이어트를 하겠다! 결심을 하고, 엄마와 언니까지 꼬드겼습니다. 저희 세 모녀가 다이어트에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2주 식단을 구해서 그것대로 먹자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 식단이라는 게 한 끼에 계란 몇 개, 토스트 한 장. 커피 한 잔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소금 끼 하나 없는 음식에, 당분도 없고, 야채샐러드에는 소스도 뿌리지 못 하고 하루하루 눈물을 머금고 식사조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식단에 보면 시금치에 치즈 반장을 먹는 날이 있는데, 가끔 먹는 그 치즈 반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때 처음 알았답니다. 배고프고 힘없을 때는 서로를 위로해 가며 다이어트를 하고, 다이어트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은 냉장고에 잔뜩 써놓았습니다. 아빠가 그 소식을 듣고 전화로 “살 좀 빠졌냐? 얼마나 빠졌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라∼ 진짜 이번엔 빼야 한다∼” 이러셨습니다. 딸이 그렇게 거의 굶다시피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얘야∼ 다이어트도 좋지만 건강조심 해야지. 살쪄도 넌 예쁘다∼” 이런 말은 정말 한 마디도 안 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오기를 부리며 참아가던 어느 날! 다이어트 시작 일주일 만에 최대의 고비가 왔습니다. 바로 친척의 결혼식!! 뷔페로 먹을 것이 쭉∼ 진열돼 있는데, 정말 먹고 싶어 죽겠습니다. 식단대로 하면 그 날 메뉴는 과일이었습니다. 그 많은 음식들을 뒤로하고, 저희 모녀가 먹을 수 있는 건 과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세 모녀! 정말 의지의 한국인답게 주위의 온갖 유혹과 방해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과일만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세 모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살이 쏙 빠져서 남들이 ‘어머 살 빠졌네∼’ 하고 감탄을 할 정도입니다. 이제, 아빠에게 보여드릴 날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아빠가 너무 바쁘셔서 3주 동안 못 올라오셨습니다. 빨리 오셔서 저희 살 빠진 거 보셔야하는데 저희가 너무 몰라보게 예뻐져서 아빠가 다른 집을 잘못 찾아왔나 하실까봐 걱정입니다. 경기 군포 | 임예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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