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매표소 앞.
암표상들은 단속을 개의치 않고 표를 구입하러 줄을 선 사람들에게 다가와 값을 불렀다. 그런데 부르는 숫자가 귀를 의심케 했다. 포스트시즌을 치른 부산 사직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에서 암표 값은 최소 2∼3배를 호가한데 반해 고작 정상가(1만5000원)에 2000∼3000원 만 올려 불렀다. 심지어 1000원만 더 받겠다는 암표상도 있었다. 잠실구장 암표는 왜 이렇게 싼 걸까.
우선 온갖 문화 시설과 위락 환경을 갖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요인이 크다. 서울은 지방과 달리 야구 말고도 여가 시간에 즐길 거리가 많다.
지방 관중이 1년 동안 손꼽아 포스트시즌만을 기다렸다면 서울 관중은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다. 영화관에 가고, 공연을 보고, 놀이공원을 찾는 등 저녁 시간에 놀 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만 봐도 장 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발레 ‘홍등’과 서커스 ‘알레그리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고, 손예진 주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러 영화관으로 향하는 이들의 숫자도 상당하다. 할로윈 축제가 열리는 놀이공원을 찾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암표를 사면서까지 야구를 보고자 하는 동기가 강력하지 않다는 얘기다.
지방과 서울의 차이라면 왜 대구구장의 암표(2만원)는 비싸지 않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이는 대구 팬이 단 한 마디로 설명했다. ‘(대구장이)후져서’라고.
‘접대용 표’가 많은 것도 이유다. 포스트시즌, 이 중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업무상 거래처 또는 평소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최고의 선물 가운데 하나로 통한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대부분 경기가 매진되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만점. 이런 이유로 잽싸게 접대용 표를 구해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런데 표를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 모두 야구장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고자 하는 욕구는 많더라도 업무 등 일이 겹치면 야구표는 ‘공짜’이기 때문에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기업에서 구입한 접대용 표가 적지 않았는데 정작 경기를 볼 사람들이 오지 않아 15만원이 넘는 표가 경기장 앞에서 2∼3만원에 팔린 사례가 있다. 잠실구장 앞에서도 이런 표들이 존재했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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